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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없이 신재생 과속…'강제 전력종료' 계약 작년만 8건 달해

[발전공급 제한…결국 탈난 태양광]

전력거래소, 출력제어로 셧다운 막기 급급한데

정부는 재생에너지 의무발전 비율 2.5배 상향

전문가 "민간사업자 피해 커져 보상 논의 시급"





지난 3월 16일과 22일 오후 2시께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일부 태양광발전소가 강제로 발전을 멈췄다. 태양광발전량이 폭증해 연계된 송배전망의 한계치를 초과하자 ‘블랙아웃’ 사태가 우려된 탓이다. 문제가 된 발전소와 연계된 계통의 수용 용량은 187㎿인데 이에 맞물린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70㎿에 달했던 터라 출력 제한 조치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폐해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풍력발전에 이어 태양광발전량까지 넘치면서 출력 제한 조치가 신재생발전에는 일상이다. 올 들어 신안군에서도 첫 출력 제한 조치가 발동되면서 태양광단지가 밀집한 전남과 강원 지역 내 민간 발전 사업자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손실을 보상하라는 민간 사업자의 요구가 빗발칠까 염려하는 한국전력거래소는 공공 발전사에 출력 제한을 요청하며 사태를 막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 발전사의 재생에너지 의무 보급 비중을 끌어올려 보급에 속도를 더 붙이고 있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확산하면) 계통 설비 문제가 점차 커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보급을 확대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계통 설비를 어떻게 보강할지, 재원을 누가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통 조기 확대 쉽지 않아한전, 출력 제어로 셧다운 막기 급급

전남 등 태양광발전단지에서 만든 전력량은 이미 송배전망에서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한전은 민간 발전 사업자와 전력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출력 제한을 조건으로 내걸어 대처하는 실정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이 민간 태양광 사업자와 발전 계약을 맺으면서 출력 제한을 조건으로 내건 횟수는 2018년 1건에서 지난해 8건으로 늘었으며 출력 제한을 전제로 계약을 맺은 전력 규모도 같은 기간 2.81㎿에서 124.67㎿로 급증했다.



한전이 출력 제한을 전제로 전력 공급계약을 맺는 것은 넘쳐나는 출력을 수용할 인프라를 조기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계통을 보강하려면 발전소부터 수요지까지 곳곳에 송배전망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우선 지역 주민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전처럼 국가 중요 설비라며 밀어붙였다가는 ‘밀양 송전탑 사태’처럼 큰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시설 확대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일단 출력을 제한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주민 보상 비용을 포함해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는 설비 확대에 따른 부담을 오롯이 짊어지기도 쉽지 않다.

출력 제한 외면정부, 재생에너지 드라이브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 같은 계통 문제는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해 국내 대규모 발전소에 적용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발전비율(RPS) 상한선을 기존 10%에서 25%로 대폭 높였다. RPS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2012년 도입한 제도인데, 남동발전 등 연간 500㎿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사업자에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만큼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한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마련되기 전만 하더라도 RPS는 10%로 제한돼 있었으나 법정 상한이 상향 조정되면서 정부는 당장 연간 목표치를 한 단계 높일 예정이다. 공공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공공 발전사에 출력을 제한하고 있으면서 다른 편으로 보급 의무 비율을 높이려 한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출력 제한 보상 관건…재원 마련 논의 나서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출력 제한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정책에 따라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공공 발전사와 민간 사업자의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보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사업자가 손실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초과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논의돼야 한다. 허 교수는 “남는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저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 재원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며 “현재는 정부와 한전, 민간 사업자가 이를 어떻게 짊어질지 기준이 없어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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