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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보다 비싸면 보상"...이마트, 출혈경쟁 신호탄

이마트 가공·생활용품 500개

14년만에 최저가 보상제 부활

쿠팡 '무료배송' 선공에 맞대응

롯데마트·홈플도 동참 불가피

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이마트 성수점을 찾은 고객이 최저가 보상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 보상하겠다."

이마트(139480)가 온라인 쇼핑 강자인 쿠팡을 대놓고 겨냥하며 14년 만에 '최저가 보상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주 한 발 앞서 '무료 배송' 카드로 선공에 나선 쿠팡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유통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 대 반(反)쿠팡' 전선의 마케팅 경쟁을 필두로 10년 전 치열하게 펼쳐졌던 유통가 출혈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한데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종 업체 간 합종 연횡,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본격화 등 유통판도 분초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 승기를 잡기 위한 무한 경쟁이 불 붙는 모습이다.

이마트는 가공·생활용품 인기 상품 500개를 대상으로 온라인보다 비싸면 차액을 보상하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마트 상품의 가격을 다른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동일 상품과 동일 용량으로 비교해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이마트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로 적립해주는 것이다. 비교 대상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롯데마트몰과 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이다. 예컨대 이마트에서 1,500원에 구매한 상품이 쿠팡에서 1,000원, 롯데마트몰에서 1,100원, 홈플러스몰에서 1,200원인 경우 최저가격 1,000원을 기준으로 차액인 500원을 e머니로 돌려준다.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마트뿐만이 아니다.쿠팡은 지난 2일부터 익일 배송인 로켓배송 상품에 대해 주문 개수와 가격에 관계없이 무조건 무료로 배송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로켓배송 상품을 별도 배송비 없이 주문할 수 있다. 최저가를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인 배송비를 없애 진정한 최저가로 승부 보겠다는 취지다. 네이버는 자체 장보기 서비스에 신세계·이마트 상품의 당일배송·익일배송을 도입하고, 멤버십을 활용한 무료 배송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메프는 지난해부터 마트 상품, 패션, 디지털, 가전, 가구 등 배송 가능한 전 상품에 최저가 보상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최저가', '무료 배송' 등 출혈이 불가피한 마케팅이 다시 등장한 배경에는 향후 판도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유통 업계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쿠팡은 미 증시 상장 이후 전북과 경남에 물류센터를 세우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고, 미국 아마존은 11번가를 통한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손을 잡았고, 롯데와 신세계는 온라인 쇼핑 사업 강화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란히 뛰어들었다.

이처럼 치열하게 경쟁이 펼쳐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어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가격과 배송을 강화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10년 전에도 경쟁사보다 단 1원이라도 낮게 판매하려는 극한의 최저가 경쟁이 온·오프라인 시장 전반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된 바 있다. 이후 출혈 경쟁의 피로가 누적되며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다시금 전쟁터를 불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가격'이라는 핵심 카드를 건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와 쿠팡을 선두로 지난해 구조조정과 사업 정리로 실탄을 마련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다른 업체들도 앞다퉈 마케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새 수장으로 영입한 롯데온은 이달 말 최대 규모의 마케팅 행사를 준비 중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 시장의 변화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면서 충성 고객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유통의 핵심 경쟁력인 '가격'을 앞세운 출혈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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