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의 ‘역대급’ 실적 예고에도 불구하고 증시 역동성 둔화와 함께 힘이 빠졌던 증권주가 어닝 시즌을 맞아 다시 한번 시장을 주름잡았다. 인수합병(M&A)설과 자회사 상장 등 개별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횡보장에서 독주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증권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4%(76.33포인트) 오른 2,229.59로 마감하면서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 상승률(0.33%)을 압도했다. 이날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에는 증권주가 대거 포진했다. 유안타증권(003470)은 전 거래일 대비 15.89% 급등한 4,630원에 마감했고 SK증권(001510)(21.28%), 상상인증권(001290)(16.34%), KTB투자증권(030210)(13.91%)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1분기 증시 거래 대금 폭증으로 호실적이 점쳐지는 것이 증권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북돋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증시의 일 평균 거래 대금은 33조 3,5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4분기 기록(27조 6,000억 원)을 가뿐히 넘겼다. 지난 2월 말 이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지수와 동행하는 특성이 있는 증권주에 대한 투심이 경색됐지만 이달 실적 시즌을 맞아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3월 금리 상승의 여파에 따른 운용 손익 감소는 배당 수익으로 상쇄할 것으로 기대되며 리테일, 기업금융(IB) 등 전 사업부가 고르게 호조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에 더해 M&A, 자회사 상장 등 증권사의 개별 이슈가 오름폭 확대를 부추겼다. 이날 우리금융지주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유안타증권은 장중 상한가에 근접했다. KTB투자증권은 연내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자회사 KTB네트워크의 기업가치가 KTB투자증권 시가총액의 두 배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달에만 25% 넘게 올랐고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암호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미국 상장설이 흘러나오면서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6.15%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난 분기를 정점으로 이익 증가 추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월 42조 1,000억 원까지 늘었던 일 평균 거래 대금은 2월(32조 4,000억 원)과 3월(26조 2,000억 원)을 지나면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래 대금과 지수 상승, 금리 하락이 지속돼야 증권사의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2분기 이후 이익 감소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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