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체를 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LH를 해체하는 대신 조직을 축소하고 기능을 일부 분산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추후 별도의 혁신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애초 LH는 관련 법 논의 과정에서 ‘친일파’에 비견하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당정의 분노를 샀으나 현재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9일 LH의 혁신 방안과 관련해 △조직·기능 조정 △내부 통제 강화 △방만 경영 방지 등을 포함한 혁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 이날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에서 LH 혁신 방안도 함께 담길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정부는 LH 조직 개편 문제는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 국민적 분노와 현실적 대안 부재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제시한 LH 혁신안의 기본 방침은 ‘슬림화’다. LH의 역할과 기능·조직·인력을 분석해 각 기능별로 인원을 줄이거나 민간 또는 지자체에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른 기관에 이관 가능성 등도 함께 살피기로 했다. 특히 개발 정보의 사전 누출 차단을 위해 신도시 입지 조사 업무는 LH로부터 분리한다.
정부가 애초 정치권에서 논의되던 ‘해체’보다는 한발 물러선 것은 당장 LH기능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업무 공백 발생 시 LH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흔들림 없는 공급 추진’ 기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개발을 민간에 맡길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LH 혁신 방안에 대해 해체보다는 슬림화와 내부 통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LH의 조직 개편안과 별도로 임직원에 대해 재산등록제, 신규 부동산 취득제한제 등 대내외 통제 장치를 구축할 예정이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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