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패소한 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국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LG 측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이 “합당한 배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 발 더 나아가 SK이노베이션이 ITC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SK가 동의한다면 비공개로 돼 있는 영업 비밀 침해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SK이노베이션은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분쟁에서 법적 절차를 통해 주주 이익 보호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고 미국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영업 비밀 침해 배상으로 약 3조 원을 요구하는 반면 SK 측은 수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입장문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ITC의 ‘수입 금지 10년’ 조치에 대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출장 중인 관계로 사내이사인 이명영 경영자문위원이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는 영업 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 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 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반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ITC는 SK의 영업 비밀 침해 사실이 명확하다고 판결했다”면서 “특히 영업 비밀 침해 입증 수준이 미국 법원이 기존 사건에서 요구한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LG 측은 SK를 향해 “영업 비밀 침해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 비밀 리스트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해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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