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종합반도체기업(IDM) 2.0’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자체 아키텍처인 x86 코어 지적재산권(IP)을 고객사들에 제공한다고 밝힌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이전에 운영해오던 생산 전략을 “180도 바꿨다”는 평가가 나왔다.
23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는 모바일 장치에 사용되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아키텍처 ARM 기술 기반 칩과 자체 아키텍처인 x86 칩 등 다양한 칩을 제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x86의 경우 IP를 고객사에 제공해 이들이 인텔의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어느 정도의 범위로 제공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인텔의 이번 발표를 두고 ‘빅딜’이라고 평가한다. 인텔의 입장에서는 최근 흔들리기 시작한 x86 중심의 시장 경쟁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고객사들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아키텍처 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텔의 변신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놓쳤던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모든 PC에 들어가는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지만 최근 스마트폰 CPU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적극적으로 개발한 퀄컴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또 지난해 애플이 인텔이 아닌 자체 칩셋이 들어간 맥북을 14년 만에 공개하며 ‘탈 인텔’을 선언한 것도 인텔의 위기로 인식됐다. 이에 따라 x86이라는 핵심 기술을 고객사에 제공해서라도 다시 시장의 생태계를 인텔 중심으로 가져오려고 하는 것이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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