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믿을건 현금뿐...128兆 쌓아둔 기업들

시총 상위 50곳 현금성 자산

작년 23.6% 증가...역대 최고

기업 10곳 중 8곳 비축액 늘려

'코로나 수혜' 금호석유 등 동참

투자 미루고 유동성 확보 총력





지난해 50대 대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23%나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각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결과다. 코로나19 수혜를 입어 이익을 크게 늘린 기업들도 투자보다는 현금 쌓아두기를 택했다. 그만큼 미래 경영 환경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서울경제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50위 기업(금융사·미공시 기업 제외)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이들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총액은 128조 436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03조 5,586억 원 규모였던 점과 비교해 23.64%나 늘어난 수치다. 앞서 이들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2018년 전년 대비 3.75%, 2019년 1.25%씩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이번 조사 대상이 된 43곳의 기업 중 36곳이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이 현금을 늘린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우려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다가올 것을 걱정해 투자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며 현금 확보에 중점을 뒀다는 의미다. 일례로 지난 1년간 현금성 자산이 무려 231.13% 늘어난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같은 기간 투자활동현금흐름이 4,647억 원에서 2,543억 원으로 45.28% 줄었다. 포스코그룹은 “그룹 핵심 동력과 관련한 투자를 제외하고 당장 급하지 않은 투자들은 최대한 연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S-OIL과 현대글로비스도 비슷했다. 지난해 S-OIL은 현금성 자산을 153% 늘리는 동안 투자활동현금흐름을 40.57% 줄였고 현대글로비스도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을 103.13% 늘리는 대신 투자활동현금흐름이 42.09%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뜻밖의 좋은 실적을 낸 기업들도 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현금 곳간’을 채우는 데 썼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라텍스 위생 장갑의 수요가 급등하며 전년도의 2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벌어들인 돈 상당수를 현금 자산으로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의 현금 보유량은 1,278억 원에서 4,182억 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삼성전기 역시 지난해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이 호황을 맞으며 영업이익과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이 각각 11.90%, 35.96% 증가했는데 현금성 자산은 8,038억 원에서 1조 4,798억 원으로 더 큰 폭의 증가세(84.09%)를 보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자신이 많이 줄었고 투자할 곳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예상밖의 큰 수익을 누린 기업들도 섣불리 투자 활동에 나서기보다는 현금을 비축해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업들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을 쌓아둔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도 경기회복 국면에서 현금을 많이 보유했던 기업들은 위기 이후 신규 투자를 확대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금 관리는 기업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라며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현금을 비축해뒀다가 적절한 시기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늘어난 현금을 가지고 빨리 투자로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관망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고용 악화 등 경기 침체에 또 다른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