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첫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등급 회사채의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모집액의 6배가 넘는 투자 수요를 끌어모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5억 달러(한화 약 5,600억 원) 규모의 달러화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만기는 5년으로 전액 지속가능채권이다. 지속가능채권은 ESG채권의 일종으로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등으로 사용처가 제한돼 있다.
아시아와 유럽 지역의 약 130여곳 해외 기관들이 33억 달러(약 3조7,200억 원) 어치 매수 주문을 넣었다. 대규모 투자 수요가 쏟아지면서 네이버는 당초 제시했던 희망금리(1.76%) 대비 22bp(1bp=0.01%포인트) 낮은 1.54% 수준으로 발행 금리를 확정했다. 5년물 미국 국채 금리 대비 68bp 높은 수준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등급 회사채 금리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달 비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며 "높은 신용등급과 한국물(KP물)이 희소했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번 외화채권 발행을 앞두고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국내 기업 중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A급 이상 민간기업은 삼성전자(AA-), 삼성SDS(A-), SK텔레콤(A-), SK브로드밴드(A-), KT(A-) 등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의 채권은 해외 시장에서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지만 절대적인 발행 물량이 적은 만큼 이번 발행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와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의 인지도가 높아진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는 올해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을 내세워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업체인 왓패드를 인수하고 글로벌 IB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에 조달되는 자금을 데이터센터 등 시설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저전력 제품 공급과 자연 에너지 활용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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