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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지분 안판다" 조현식 부회장…다시 달아오르는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동생과 지분율 차 극복 위해 올해 3%룰 활용

감사위원 선임 통해 경영 결정 견제

자리 연연 안하지만 지분 매각 검토는 안해

내년 사내이사 연장 여부가 본게임 될듯

조현범(왼쪽)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와 조현식 부회장/서울경제DB




“현재 30일 주주총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으나 지분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끝난 줄 알았던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조건부 대표이사 사임 제안으로 동생 조현범 사장의 경영을 지지하는 줄 알았던 조현식 부회장이 주주 가치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본격적인 자기 색깔 내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올해 주총은 사실상 예선전으로 사내이사 임기 연장이 걸린 내년 주총이 본 게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주가치·기업거버넌스 명분 내걸어=조현식 부회장은 19일 법무법인 KL파트너스를 통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 주주 제안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조 부회장이 제대로 목소리를 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3%룰’을 적극 활용해 ‘거수기’로 묘사되는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 운영을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신이 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에 선임되도록 해 대주주인 동생 조현범 사장 중심의 경영 결정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조 부회장은 “회사가 추천한 김혜경 후보는 여러 면에서 훌륭한 역량을 갖춘 분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다”며 “주요 주주 인척과의 관계 및 정부 관련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가 이사회의 일원으로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야 글로벌 선도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한상 교수는 신뢰성, 독립성, 투명성 관점에서 최고의 후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논의가 아닌 주주제안 배경에 대해서는 “회사에 여러 차례 이 교수를 추천했지만 회사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고 부득이하게 주주서한을 통해 제안을 알렸다”며 “협의할 기회가 있었지만 진행되지 못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조 대표는 특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5.21%) 역시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최근 LG화학 분할 등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지지하고 거버넌스 개선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민연금도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며 “개정 상법이 처음 시행되는 올해 주총에서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을 누구보다도 바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택지 많지 않아…내년 사내이사 연장이 본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조현식 부회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일단락 되는 것처럼 보였던 경영권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봤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주주제안에 성공하면 내년에는 사내이사 연장안을 두고 다시 한번 붙게될 것으로 본다.

지난달 조현식 부회장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한상 교수 분리선출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것이란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지분 매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계속해서 분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현재 동생 조현범 대표의 지분율은 42.9%로 조현식(19.32%) 부회장을 압도한다. 두 사람의 지분율은 비슷했지만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지분 23.59%를 조현범 사장에 전량 양도하면서 균형이 깨졌다. 이후 회사는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지만 압도 적인 지분율 차이를 극복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 새 상법에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 때 각각 주주들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한다. 두 사람 모두 3%씩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붙어 볼만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에 성공할 경우 내년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장안이 될 전망이다. 조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다만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이 압도적인 만큼 실제로 주총을 통해 조 부회장이 이사회에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향력을 키우려는 형과 이를 막으려는 동생 사이의 신경전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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