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주택 공급 부족이나 가격 상승 기대감 등 국내 요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분석과 함께 30대 이하 젊은 세대의 ‘빚투(빚내서 투자한다)’로 늘어난 가계대출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연이어 경고했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년 4분기 대비 지난해 3분기 주택 가격 상승률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9.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6%), 독일(5.4%), 캐나다(4.8%), 프랑스(3.8%), 영국(3%) 등 주요국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고 일본은 0.9% 떨어졌다. 한은은 최근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전 세계 공통 요인으로 국내외 거시금융정책 완화 기조와 함께 경제주체의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꼽았다.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세 가격 상승을 지적했다. 수도권 미분양이 감소하는 등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신규 아파트 공급을 축소한데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기대감에 매물이 나오지 않게 되자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진단이다. 사실상 수요 억제 일변도인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꼬집은 것이다. 한은은 2006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발생한 주택 가격 변화의 71%는 이러한 국내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지난해 주가수익률의 72%는 유동성 공급 등 글로벌 공통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
문제는 집값 상승에 빚을 내서라도 자산을 살려는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높은 증가세에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초로 1,000조 원을 넘은 상태다. 한은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20~30대 젊은 세대의 주택 매매 거래가 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가계 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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