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올해 처음으로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지수 및 개별 주식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맞는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 동력이 크게 둔화되는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첫 일정인 탓에 시장에서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그간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꾸준하게 매도 우위를 보인 만큼 다가오는 만기일에 맞춰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기란 힘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소규모 매물이 나오더라도 시장에 줄 수 있는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11일 주가지수의 선물과 옵션, 개별 주식의 선물과 옵션의 파생 상품 만기가 도래한다. 이는 매년 3·6·9·12월 두 번째 목요일에 진행된다. 통상 네 마녀의 날은 만기를 맞아 정리 매물이 나올 수 있어 증시 변동성이 평소보다 커지는 경우가 잦다.
물론 과거 흐름을 보면 네 마녀의 날이라고 해 당일 상승·하락의 단순한 확률적 우위를 점치기는 힘들다. 지난해 코스피의 사례만 봐도 총 네 번 중 상승과 하락은 각각 50%의 비중을 이룬다. 3월 12일과 12월 10일은 코스피가 약세를 보였고 6월 11일과 9월 10일 코스피는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 중 3월 12일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신 시기와 겹치면서 코스피는 3.87%의 급락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5년간 3월의 사례들을 보면 총 다섯 번 중 세 번은 코스피는 강세를 기록했고 나머지는 약세장을 지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첫 ‘네 마녀의 날’에 기관과 외국인이 급작스럽게 대규모 매물을 쏟아낼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투자의 경우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매도 물량이 많았다”며 “일부 매수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 다만 매수가 나오더라도 현 시장 상황에서 봤을 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코스피200선물의 3월물과 6월물의 가격차인 스프레드가 현재 저평가됐다”며 “선물에서 순매수 중인 금융 투자는 추가 순매수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도 순매수로 대응해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증시의 체력이 크게 떨어진 만큼 소폭 매물이 나와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나오는 매물의 규모가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다르다”며 “예측은 쉽지 않지만 단순하게 금융 투자의 현물 주식 수급만 보면 3,000억 원 정도의 매도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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