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 한 해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 바빴던 제조사들은 바닥을 찍고 올해 2분기 최대 8%까지 오를 것으로 점쳐지는 낸드플래시가 제 몫을 해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러한 가운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적극 대비하고 나섰다.
10일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3~8%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2분기 가격은 보합권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던 트렌드포스가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이유는 예상보다 빠른 재고 소진에 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를 구매하는 고객사들의 사재기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지난 2019년 반도체 제조사들은 시황을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상당한 물량의 낸드플래시 재고를 떠안게 됐다. 당시 생산된 물량은 이듬해까지도 소진되지 못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덮치면서 기업들은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미 쌓여 있는 낸드플래시의 추가 구입을 원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요 공급을 반영해 가격이 바뀌는 반도체 시장 특성상 낸드플래시는 2019년 12월 512기가바이트(GB) 기준 4달러 초반에 가격이 형성되는 등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이후 2020년 1분기 512GB 기준 6달러에 육박하는 가격까지 올랐다가 최근까지 줄곧 내리막을 걸어왔다.
하지만 백신 공급과 세계경제 회복의 신호가 맞물리며 시황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차이나플래시마켓 등에 따르면 최종 소비자가 구매하는 120·240GB SSD의 가격은 약 15%, 8·16·32GB의 가격은 16~20%까지 올랐다. 이는 제조사 공급가와 차이가 있지만 상승세만은 뚜렷하다. 노트북 등의 생산을 위해 낸드플래시 물량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등이 새롭게 주문을 넣고 있다는 것이 상승 추세의 요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낸드플래시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이 한파와 정전으로 정상적인 가동이 어렵다는 점도 가격에 다소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이와 관련해 “오스틴 공장에서는 낸드플래시에 탑재하는 컨트롤러를 일부 생산하고 있어 공장의 정상 가동 시점이 미뤄질수록 컨트롤러 부족 탓에 SSD의 안정적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 업계의 생산 여력 문제로 자동차용을 비롯한 여러 카테고리의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낸드플래시 수급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현재 SSD 공급은 철저한 재고 관리 등으로 문제가 없을 뿐더러 오스틴 공장이 낸드플래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지극히 미미하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고성능 SSD의 대중화를 이끌 신제품 ‘NVMe SSD 980’을 출시하고 낸드플래시 시장 주도권을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신제품은 고성능 비휘발성 메모리 익스프레스(NVMe) 인터페이스 기반의 소비자용 SSD로 기존 SATA SSD 대비 최대 6배의 연속 읽기 속도를 구현해 일반 노트PC 사용자는 물론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게이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한다. 또한 최신 6세대 V낸드가 탑재돼 초당 최대 3,500메가바이트(MB)와 3,000MB 속도로 연속 읽기·쓰기가 가능하고 500K IOPS(초당 입출력 작업 처리 속도), 480K IOPS의 임의 읽기·쓰기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의 최적화로 SSD 내부에 탑재되는 D램 없이 PC에 탑재된 D램과 직접 연결하는 HMB(Host Memory Buffer) 기술을 채택해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이규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브랜드 제품 마케팅팀 상무는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이번 신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고성능 스토리지 사용 접근성을 높이고 NVMe SSD 대중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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