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조작 논란 속에 중국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매출 감소를 한국 ‘메이플스토리(이하 메이플)’로 메꿔오던 넥슨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넥슨은 중국에서 던파 모바일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타격을 입었지만 국내에서 메이플이 선전해 부진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확률 조작 논란이 커지면서 메이플 이용자들마저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실적악화가 우려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이 메이플의 아이템 확률을 지난 5일 공개하자 조작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게임 내 유료 재화인 ‘큐브’를 사용해 무작위로 추가 능력치를 3개까지 부여할 수 있지만,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특정 능력치는 2개만 등장하도록 제한한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슬롯머신에 777 대신 77밖에 나오지 않도록 제한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메이플 확률 논란이 최근 2년간 지속된 넥슨의 한국 매출 강화 여파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실적 악화를 한국에서 만회하려다 이용자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과거 넥슨 실적을 책임지던 게임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던파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중국에서 던파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 넥슨의 중국 매출은 2019년 전년 대비 16%, 2020년 28%로 급감하는 추세다.
넥슨은 ‘돌파구’로 한국 시장을 지목했다. 넥슨 한국 매출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전년 대비 22%, 84% 늘었다. 지난 해 넥슨 매출에서 한국과 중국이 차지했던 비중은 각각 56%, 28%였다. 불과 3년 전 한국 29%, 중국 52%였던 매출 비중이 완전히 역전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매출 향상에 가장 크게 기여한 ‘효자 게임’은 메이플이다. 메이플 PC 버전의 2018~2020년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67%, 39%, 98% 늘었다. 지난 해에는 넥슨 전체 매출의 25% 가량을 책임지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확률 논란에 따른 이용자들의 반발로 메이플 이용자와 결제액이 줄어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1월 4.03%던 메이플의 PC방 점유율은 2월 들어 3.25%로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이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넥슨은 지난 해 한국 매출을 기반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결제 유도가 늘어날수록 쌓여온 이용자 불만이 터지며 고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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