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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中 기술굴기 이대로 끝일까

산업부 이수민 기자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는 향후 작업과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 직원들은 모두 사표를 제출해달라.”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을 위해 1,280억 위안(약 22조 원)을 투자한 반도체 제조 공장 HSMC가 지난달 소속 직원들에게 보낸 위챗 메시지다. 실업자가 240여 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2017년 7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미세 공정을 적용해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HSMC의 목표는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반도체 업계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는 창업자 3명이 거짓 이력을 내세워 정부 지원금을 받아냈고 그들을 믿었던 정부는 투입한 자금을 제대로 받아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5년을 목표로 한국과 대만·미국을 뛰어넘을 ‘반도체 굴기’를 꿈꿨던 중국 정부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남을 이번 일로 체면을 구겼다. 최근 2년 새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10개 이상의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가 해당 기업의 파산으로 끝났다는 분석 결과도 중국 정부를 코너에 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식에 한국 기업들이 마냥 여유를 부릴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HSMC는 특수한 사례이며 신규 진입 기업에 대한 강력한 감독을 약속한 중국 정부가 ‘검증된’ 기존 기업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촉진할 만한 유인이 크지 않아 해가 갈수록 기술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2,500대 R&D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의 수는 2014년 80개에서 2019년 59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은 301개에서 536개로 크게 늘었다.

기술적 도약은 물론 자본 투입만으로 이룰 수 있는 성취는 아니다. 그러나 각종 세제 혜택과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발목마다 온갖 규제가 달린 기업보다 몸이 가벼운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리는 선수의 몸을 가볍게 할 방법,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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