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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업을 하고 싶다면...첫 경험을 먼저 사세요

김달수 첫경험충전소 대표

준비된 창업으로 창업 실패 확률 낮춰

2주에 50만원 비용으로, 카페 통째로 운영

창업에 중요한 건 이론이 아닌 실전 경험

카페 사장 체험하며 나와 맞는 일인지 비교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실패 확률도 낮아지지 않을까.’

김달수(사진) 첫경험충전소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이 작은 질문에서 시작됐다. 대학 졸업 후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뱅커가 됐지만 마음 한 켠엔 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은행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이 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던 참에 뱅커 시절 출장 길에 우연히 접한 제주도의 풍경에 매료됐고,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생활하며 주변 가게들이 계속 바뀌는 것을 보며 ‘왜 망했을까’를 고민하던 중에, 준비 없이 달려드는 창업이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결론은 새로운 시도를 갈망했던 그의 평소 생각과 결합되어 ‘첫경험충전소'라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라이프점프는 김 대표를 만나 준비된 창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첫경험충전소는 어떤 곳인가

“카페 창업을 하기 전 경험을 쌓고 싶을 때 짧게 한 달 두 달 정도 사장님이 되어 카페 운영을 직접 경험해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 왜 이런 회사를 창업했나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어학원에 다니거나 동영상 강의를 찾아 공부한다. 운전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학원을 다니며 연습한다. 그런데 많은 자본과 노력이 들 수 밖에 없는 창업을 할때는 의외로 연습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치열한 고민과 연습 없이 창업을 너무나도 쉽게 결정하고, 결국 실패한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첫 경험충전소의 직영점은 제주도에 있다.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전 직장에서 출장이 많았다. 우연히 제주도에 왔는데 너무 아름답고 좋은거다. 이곳에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막상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고 한 달만 먼저 살아보기로 했다. 제주도에서 생활을 하는데, 주변 카페나 음식점들이 계속 바귀는 것을 보게됐다. 옆에서 보면 이유를 알겠더라. 가보면 이곳이 장사가 잘 될 곳인지, 아닌지 말이다. 그때 ‘이 분들한테 경험을 미리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는데’라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첫경험 충전소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 첫 직장이 은행이라고 들었다. 얼마 정도 근무했나

”대학 졸업 후 취업해서 9년 정도 일했다. 이후 P2P투자 회사인 ‘8퍼센트’로 옮겨 1년 정도 근무했다.

제주도에 위차한 첫경험충전소 카페 외관.


- 안정적인 은행원의 길을 포기하고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은행이 싫어서 그만둔 것은 아니다. 일하는 동안엔 열심히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너무 회사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 마음을 다 바쳐 사랑을 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웃음)”

- 일한 만큼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았다는 건가.

“그게 꼭 경제적 보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뭔가 내가 일한 만큼 피드백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이것 저것 많이 시도해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은행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조직이다보니 제약이 있었다. 그런데 또 막상 8퍼센트라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나니 여긴 반대로 하지 말라는 게 너무 없어서 힘들었다.(웃음) 물론 8퍼센트도 5년이 지난 현재는 제도권 편입을 앞두다보니 은행에 준하는 수준으로 시스템을 정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 8퍼센트에서는 무엇을 배웠나.

“은행에서는 새로운 일을 구상할 때 윗사람에게 물어봐야 하고 결제도 맡아야 한다. 그런데 8퍼센트에선 그런게 없었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추진하는 상황이었다. 초반엔 조금 당황했지만 하다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8퍼센트의 P2P 대출잔액이 200억원 정도였는데, 내가 근무한 1년 사이 300억원 정도로 늘었던 것 같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작업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1년 정도 몸담았지만 돌이켜보면 은행에서 보낸 9년 생활에 버금갈 만큼 에너지를 쏟았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 첫경험충전소 얘기로 돌아가보자. 왜 하필 제주도였나.

”아까 이야기했듯이 제주도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다른 이유로는 신장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했엇다. 휴식이 좀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 아내의 반대는 없었나

“내 결정을 오히려 응원해줬다. 아내는 원래 하고 싶은 것은 하라는 주의다.(웃음) 아내는 제주도에서 은행을 다닌다. 고맙게 생각한다. 대신 내가 육아를 전담하면서 그 부분에 지출되는 돈이 없다.”

-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실전경험을 쌓게 하는 사업 모델이 좋은 것 같다. 기존의 창업 교육은 이론 위주가 많지 않나.

“그렇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보면 창업 프로그램이나 교육은 많다. 하지만 이론 중심이다.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수 있는 분야인지, 실전에도 통할지 여부를 경험하는 건데, 이 부분이 비어 있는 게 현실이다. 첫경험충전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 첫경험충전소가 하는 카페 창업 경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카페를 창업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든다. 설비를 사야하고 인테리어도 해야 한다. 임대료도 나간다. 첫경험충전소는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초기 창업 자본 없이 이용료만 내면 초기 창업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카페를 통째로 빌려주는 개념이다”



- 이용요금은 얼마인가

“보통 2주에서 4주 정도 운영한다. 1주일 전부 쓰는 건 아니고 사흘 정도 사용한다. 2주 요금은 50만원 정도다. 이 기간동안 카페 사장이 되어 영업을 하는 거다. 우리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인스타 계정도 제공한다. 자기가 팔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만들어서 팔아도 된다. 2~4주 간 카페 사장과 똑같이 생활한다고 보면 된다.”

- 카페는 어떻게 섭외하나.

”첫경험충전소라는 간판을 단 카페가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다. 나머지는 제휴점이다.기존 카페 중에서 우리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장님들과 제휴 계약을 맺고 운영한다“

첫경험충전소에서 카페 경영을 체험 중인 고객들.


- 제주도 외에도 있나.

”그렇다. 제주도에 직영점 포함하여 2곳이 있다. 대전과 부산에도 하나씩 있다. 카페 사장들은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어떤 분들은 일주일 내내 일한다. 과로다. 이런 분들이 만약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우리에게 맡긴다면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창업을 경험할 수 있게 매칭시켜드린다. 카페 사장님들 입장에선 가게를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 쉬면서 수입도 발생되니 일석이조다.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카페 경영 체험을 할 수 있다. 서로 윈윈이다.”

- 많은 사람들이 창업의 첫 선택지로 카페를 선택한다. 쉽지 않은 업종일 것 같은데.

“맞다. 카페는 경쟁보 심하고 성공하기 어려운 업종 중 하나다. 10곳이 문을 열면 돈을 버는 곳은 한 두 곳에 불과할거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카페 창업에 도전한다. 첫경험충전소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을 막는 목적도 있다. 실제 최근에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신 분은 은행을 막 퇴직하신 분이었는데, 한 달 정도 카페 경영 체험을 한 후 창업 계획을 보류했다. 좀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거다. 이런 결정도 좋다고 생각한다.”

- 실제 카페를 창업해 성공한 고객도 있나.

“그렇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에 체험 기간 중에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던 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분은 매출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분석하고, 주변 카페를 돌아니면서 시장 분석을 하더라. 그 분들한테는 2~4주간의 경영 체험이 실전에서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 분들은 여러 분석 끝에 일반 카페가 아닌 디저트 카페로 카테고리를 더 세분화해서 창업을 했고, 최근까지 잘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분이 좋다.”



- 체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대부분 예비창업가인가.

“꼭 그렇지 많은 안다. 사실 사업 대상은 그런 분들이었는데.(웃음)

절반 이상은 창업 희망자가 아닌 일반 고객들이다. 만족도는 오히려 그런 분들이 높다. 그런 시장이 있을 줄 몰랐다. 자기가 직접 내린 커피, 음식을 주변 지인을 초청해 같이 파티도 하고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장소를 빌려 원 없이 즐기는 것,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아닌가.”

- 첫경험충전소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카페 창업이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는 고객이 있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때문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일직 실행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 선물도 주고, 우리 회사 칼러에 맞춰 유니폼도 만들어주시고, 심지어 회사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서 주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삶의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느낌이 들 때, 참 이 일을 잘했구나 생각한다.”



-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다른 곳에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지점을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도에 오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전국에서도 카페 창업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대전과 부산 외 다른 지역에도 제휴 형태로 지점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 퇴직 예정자나 직장을 다니면서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문제가 될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신규로 확장하는 제휴점은 퇴근 이후 일할 수 있거나 주말에만 할 수 있는 형태로 구상하고 있다. 휴가를 내지 않더라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약간의 시간 조정을 통해 카페 창업을 경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라이프점프의 주구독층은 4050세대다. 첫경험충전소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 가운에 이 연령층도 많나. 이 분들의 특징은 어떤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우리 쪽에 문의하는 고객 중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부 4050세대들을 상담하면서 느끼는 건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 말씀하시고, 우리의 조언은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첫경험충전소는 경험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실패를 방지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하지만 일부 4050세대 분들은 내가 50만원의 이용료를 내면 카페 운영을 통해 반드시 50만원 이상을 다 가져가려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 카페 이용 기간 중 매출이 발생하면 좋지만, 더 중요한건 자신이 이 업종에 맞는지, 성공 가능성은 있는지 여부를 탐색하는 거다. 돈 보다 소중한 경험을 사는 것이라고 접근 방식을 좀 달리 하면 좋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달라.

“지금은 카페 창업 경험 서비스가 메인이지만, 음식점으로 확대하고 싶다. 큰 음식점 말고 소규모 음식점에 동일한 사업모델을 적용하는 거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테이블 2~3개 정도만 있는 작은 가게들이 많다. 이런 곳을 음식점 창업을 희망하는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방식이다. 음식은 음료보다 더 예민한 메뉴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 대중에게 얼마나 통하는지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거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작은 가게지만 매일 다른 음식이 나오는 곳이라면 괜찮은 경험이지 않을까.”

/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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