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주택 공급 방안으로 추진해온 ‘빈집 매입 임대주택’ 목표치를 대폭 낮췄다. 빈집 매입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다 빈집을 정비해 공급한 임대주택도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빈집 매입 목표를 기존 1,000가구에서 500가구로 낮추고 임대주택 공급도 4,000가구에서 1,500가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시는 임대주택을 줄이는 대신 빈집을 활용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120곳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보고했다. 생활 SOC는 공영 주차장이나 공원, 주민 쉼터 등으로 올해 중으로 55개, 내년에는 56개를 조성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빈집을 매입 및 정비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시는 당초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7,12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빈집 1,000곳을 매입, 임대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매입한 빈집은 326곳, 임대주택 공급은 526가구 수준으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내년까지 약 700곳의 빈집을 사들여 3,400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셈이다. 시는 현실적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계획을 변경해 공급 물량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빈집 매입 및 임대주택 공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입할 만한 빈집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관내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은 2,940가구 정도다. 문제는 이 빈집 대부분이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맹지나 가파른 언덕 등에 위치해 있어 공사 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필지 규모가 너무 작아 활용도가 떨어지는 빈집도 많다.
그나마 빈집 매입에 성공해 공급한 임대주택도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시는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 있는 빈집을 정비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으로 조성하고 지난해 말 입주자 모집을 진행했다. 다른 행복주택에 비해 보증금과 월세가 매우 저렴했지만 일부 타입이 ‘경쟁률 0’을 기록할 정도로 신청이 저조했다. 주거 전용면적이 30㎡로 10평이 채 안 되는데다 경사가 심한 지역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빈집 매입 목표를 조정했다”며 “사업 연접지 매입, 결합 건축 등으로 매입 빈집의 활용성을 높이고 임대주택 공급만 고집하지 않고 동네 특성에 맞는 생활 SOC를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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