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자동차보험금을 노린 ‘나이롱 환자’에 대해 칼을 뽑았다. 앞으로는 자동차 사고의 과실 비율에 따라 치료비를 보상해주고 통상 진료 기간을 넘어 치료를 받을 때는 진단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업계에서는 과잉 진료가 줄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보험 산업 업무 계획을 1일 공개했다. 우선 금융위는 지속적인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경상 환자의 치료비보상제도를 과실에 따라 부담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자동차손해배상법에 따르면 경상 환자는 상해 12~14등급 환자로 팔다리의 단순 타박상부터 3㎝ 미만 얼굴 부위의 찢어진 상처, 외상 후 습성 스트레스 장애, 팔다리의 찢어진 상처로 창상 봉합술을 시행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현행 자동차보험은 사고 시의 과실에 상관없이 상대방의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가령 90% 과실이 있는 가해자가 장기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치료비 600만 원이 나왔고 10%의 잘못을 한 피해자는 치료비가 50만 원 나왔다면 현 체계에서 피해자의 보험사는 600만 원, 가해자의 보험사는 50만 원을 보상해야 해 비합리적이었다.
앞으로는 과실 비율을 적용해 피해자의 보험사는 가해자 치료비의 10%인 6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남은 치료비 540만 원은 가해자의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 측은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을 통해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며 “먼저 경상 환자에게 적용한 뒤 차츰 중상 환자 등으로 대상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반적인 진료 기간을 초과해 치료를 받는 경우 의료 기관의 진단서를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와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 객관적 근거 없이 주관적 통증을 호소하며 한방 병원에 입원하는 등의 과잉 진료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도 줄어들 수 있다. 손해율은 보험금 지출액을 보험료 수입으로 나눈 비율이다. 업계는 사업 운영비를 고려해 적자를 내지 않는 ‘적정’ 손해율을 78~80% 선으로 보고 있으나 주요 보험사에서는 이 수준을 넘어섰다.
한편 이번 업무 계획에는 보험을 ‘종합생활플랫폼’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다수의 정책도 포함됐다. 보험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회사 소유를 상반기 중 허용한다. 이를 위해 ‘보험권 헬스케어 데모데이’ ‘헬스케어 투자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화상 통화 등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과 관련한 규제도 디지털에 맞게 정비한다. 이제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보험 설계사가 제주도에 있는 고객에게 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또 보험 상품의 불완전 판매, 보험금 분쟁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 경영진의 성과 보수 산정 시 관련 내용을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영진의 성과급을 현금보다 주식 등으로 지급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은 외화 보험에 대해서는 3월에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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