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높은 복지, 낮은 조세, 작은 국가채무 동시 달성 불가… 전략적 지출개혁 나서야"

■민간 싱크탱크 'K폴리시 플랫폼' 창립 기념 세미나

중장기 지출구조조정, 정부개혁과 동반돼야… "부처 존치까지도 검토"

"세계 최저 수준 직업 이동성 개선되지 않으면 복지 밑빠진 독 물 붓기"

신범철(왼쪽) 경제사회연구원 원장, 강석훈(왼쪽 다섯 번째) 성신여대 교수, 박형수(왼쪽 여섯 번째) 연세대 객원교수, 이주호(왼쪽 일곱 번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등이 23일 열린 민간 싱크탱크 'K폴리시 플랫폼' 창립 세미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폴리시 플랫폼




급증하는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가 ‘전략적 지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전직 장차관과 경제연구소장, 현직 교수 50여 명이 모인 민간 싱크탱크 ‘K폴리시 플랫폼(이하 K폴)’은 높은 복지 수준, 낮은 조세 부담, 작은 국가 채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부가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지출 구조 조정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폴은 23일 ‘대한민국 100년을 향한 정책 플랫폼&아젠다’라는 주제로 열린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K폴의 발기인이자 원장으로 내정된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최근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외에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지난 2019년부터 세출은 급증하고 세입은 소폭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악어 입’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규모는 6.1%로 1998년 외환 위기(4.6%),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3.6%)를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이지만 박 교수는 총 재정 적자 119조 원 중 47조 원(39%)만이 코로나19로 인한 증가라고 추산했다.

더 큰 문제는 현행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인구 고령화만으로도 복지 지출 규모가 계속 급증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GDP 대비 복지 지출은 2020년 12.1%에서 오는 2060년 28.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낮은 복지 보장 수준, 국민의 복지 요구 등을 고려하면 미래 복지 지출 규모는 이러한 전망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 특히 K폴은 국회 예산정책처 전망치를 인용해 “복지 지출 증가와 성장률 둔화로 인한 세입 기반 축소로 획기적인 증세정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국가 채무는 지속 누적돼 2060년 말 160%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폴은 복지 혜택과 국민 부담, 국가 채무의 적정 조합을 찾아 재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 지출 증가 속도를 연 0.5%포인트로 유지하되 복지 이외 분야의 강력한 지출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K폴은 보다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지출 구조 조정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전략적 지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전 분야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우선 순위와 성과 평가 체계를 정하고 재원 절감 목표를 명확히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최근 정부가 ‘분야별 종합지출구조조정’ 민관합동작업반을 출범하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기획재정부 특정 국이 주도하고 하향식 지출 조정 총량 목표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한계가 있다고 K폴은 설명했다.



전략적 지출 개혁에는 정부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K폴의 시각이다. 정부 인력과 조직이 경직적으로 운용돼 지출 구조 조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 조직을 특정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조직 구조로 개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K폴은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앨 고어 부통령이 국가업적평가위원회(NPR) 중심으로 재정 적자를 감축하고 8년간 행정을 개혁해 인력 43만 명과 1,360억 달러(약 152조 원)를 감축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K폴은 “신정부 출범 때마다 추진되는 일회성 정부 조직 개편으로는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며 “상시적인 부처 간 기능 조정과 부처 내 인력·조직 개편이 가능한 유연한 평가·인사·조직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전 국회미래연구원장)는 “혁명적인 차원에서는 각 부처의 존치 여부까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조 발제를 맡은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는 복지 내실화를 위해 사회의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득·수입 이동성은 전 세계에서 중간, 교육 이동성은 가장 높은 수준인 반면 직업 이동성은 가장 낮다”며 “직업이 고정되니 사람을 쓰는것이 부담스러워져 사람을 고용하는 대신 로봇을 고용하는 나라가 됐다”고 꼬집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년 기준 제조업 내 로봇 밀도는 직원 1만 명당 855대로 싱가포르(918대)에 이어 2위였다. 강 교수는 “이러한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복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