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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産 원유비중 사상 첫 60%대로 뚝

■심층분석

정유사마다 수입처 다변화

미주산 비중 17%로 늘고

노르웨이 등 유럽서도 도입

계약도 장기→ 단기로 바꿔





“국내 도입 원유의 대부분이 중동산(産)”이라는 얘기가 옛말이 됐다. 미국 셰일 혁명과 수출 금지 조치 해제, 대(對)이란 경제 제재와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처 다변화 노력이 맞물리면서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70%대 아래로 떨어졌다. 중동산 원유가 차지하던 자리는 미국·멕시코 등 미주 지역 원유가 채웠다. 노르웨이 등 유럽산 비중도 늘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5.9%였던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지난해 68.8%로 낮아졌다. 이 비중은 △2017년 81.7% △2018년 73.5% △2019년 70.2%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는 사상 처음으로 60%대를 기록했다. 반대로 미주(남미 포함) 지역에서 들여온 원유 비중은 2016년 2.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7.6%로 꾸준히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라크 등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추세적으로 낮아진 배경은 여러 가지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영향이 컸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2018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제치고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됐다. 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국제 시세인 브렌트유 대비 낮아 가격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었던 만큼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앞서서는 2015년 말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풀렸고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우리나라의 미국산 원유 도입이 본격화했다. 반면 경제 제재를 받은 이란산 원유 도입은 지난해 제로(0)였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고도화 설비/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그 결과 과거 80% 수준이던 SK이노베이션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지난해 74.4%, GS칼텍스는 64.8%로 낮아졌다. 미국산 비중은 SK이노베이션이 14%, GS칼텍스가 18.4%까지 올라왔다. 가장 공격적으로 중동산 비중을 낮춘 곳은 현대오일뱅크인데 2016년 84.5%에서 지난해 41.8%로 절반 이하로 낮췄다. 현대오일뱅크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와 달리 미국산보다는 멕시코 등 남미산 원유 도입을 늘렸다. 멕시코 등 남미산 원유는 고유황 중질유여서 저유황 경질유인 미국산에 비해 품질이 낮아 가격이 싸지만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 설비 비율이 타사 대비 높아 ‘싸게 들여와 제값 받고 파는’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지난해 국내 정유 4사 중 손실 규모가 가장 작았던 배경이다.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낮아지면서 계약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중동 산유국들과는 주로 장기 도입 계약을 맺고 미국 등 기타 지역 원유는 현물 시장에서 계약해 들여온다. 중동산 도입 비중이 높았던 과거에는 자연스레 장기 계약 비중이 압도적이었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현저히 낮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까지만 해도 국내 정유 4사가 장기 계약으로 원유를 도입하는 비중이 76.4%였지만 2019년에는 이 비중이 61.4%까지 떨어졌다.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석유 수요 감소와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도입 단가 등 경제성이 중요해지면서 그때그때 스폿 도입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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