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중·소형주들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투자 조언이 나온다. 그동안 대형주에 비해 덜 오른데다 수급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호적인 정부 정책도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를 예상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중형주 지수는 이달 들어 16.54% 급등했다. 지난달 8.64% 하락한 이후 극적으로 반전하면서 올 들어 6.4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주 지수도 이달 6.78% 상승해 연초 이후 7.05% 올랐다. 최근 두 지수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대형주 지수에 비해 연초 이후 상대적 성과는 부진하다. 대형주 지수는 지난달 4.3% 오른데 이어 이달에도 4.06% 상승하며 연초 이후 8.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 랠리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 성과를 보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갈린다. 12월 이후 코스피 대형주 지수의 상승률은 21.8%지만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13.2%와 10.4%로 대형주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증시 역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지수가 대형주 중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S&P500) 지수의 성과를 압도하고 있는 점도 국내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하지만 앞으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수익률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종 중에서는 화장품·유통·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경제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경우 대형주보다 성과가 더 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급 환경도 중·소형주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12조 원이 넘게 순매도 중인 연기금의 매도 종목들이 대형주에 집중됐다. 중소형주는 대규모 매물 출회에 따른 주가의 하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 하다. 실제로 연기금은 올해 대형주 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10조5,374억 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중형주는 7,482억 원, 소형주는 1,317억 원을 순매도했다. 아울러 최근 현·선물 시장에서 백워데이션(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상황) 심화로 증권사들의 프로그램 순매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대형주 중심이라는 점도 중·소형주 수급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백워데이션 장기화로 기관의 프로그램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다”며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된 만큼 중형주 지수 내 종목은 프로그램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증시의 최대 매수 세력인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이나 외국인들에 비해 여전히 중·소형주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은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개인들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대·중·소형주 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순매수한 금액은 24조 원 정도인데 이중 중·소형주 비중은 10% 가까이 차지했다. 최근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개인들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65조 원에 달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중·소형주 주가의 하방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도 중·소형주에 우호적이다. 우선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재개되는 공매도 제도에서 허용 대상이 코스피200과 코스닥 150지수 구성종목으로 제한된다는 점은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이달 말 운용사가 선정되는 한국형 뉴딜펀드 역시 중·소형주에 호재다. 한굴형 뉴딜펀드는 1차 목표 조성액만 3조 원에 달하는 정책형 펀드로 결성금액의 절반 이상을 국내 중소·중견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미래차·친환경·물류디지털화 등이 투자 분야로 이에 속한 중소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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