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제 ‘리보세라닙’ 임상 결과 허위 공시 의혹에 휩싸인 에이치엘비(028300)가 하루 만에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3위에서 8위로 밀려났다. 에이치엘비는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지만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면서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16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이치엘비는 전 거래일 대비 27.24% 하락한 6만 6,5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전일 에이치엘비의 시총은 4조 8,500억 원으로 코스닥 시총 3위 규모였지만 불과 하루 새 시총 1조 3,200억 원이 증발하면서 이날 8위(3조 5,300억 원)로 추락했다. 이날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과 에이치엘비제약(047920)도 각각 27.96%, 22.81% 급락했다.
이날 항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허위로 공시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에이치엘비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에이치엘비는 임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혐의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를 마치고,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가 임상 시험 결과가 실패에 가까웠지만 성공한 것처럼 내용을 부풀렸다고 보고있다.
이에 이날 오후 2시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직접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의혹에 대해 충분히 소명·입증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불 끄기에 나섰다. 진 회장은 "금융감독원이 (허위공시 관련) 조사를 했고 증선위를 앞둔 상황인 건 맞지만 결론이 나기 전"이라면서 “증선위를 통해 충분히 소명할 것이며 그래도 더 살펴볼 일이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끝까지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논란을 두고는 신약 허가 신청(NDA) 전 진행한 사전미팅(Pre-NDA meeting)에서 나온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FDA와 사전미팅 회의록에 실패(fail)라는 단어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사전 미팅은 신약 허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며, ‘실패’는 이미 2019년 6월에 밝힌 내용이고 FDA에서 NDA를 위해 자료를 보완하라는 조언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