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대규모 인원이 모여야 하는 정비 사업 조합원 총회 개최가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참석한 모든 조합원이 방역복을 입고 버스에서 총회를 여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8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경기 광명뉴타운 내 광명2R구역 재개발조합은 관리처분 계획 변경을 위한 조합원 정기총회를 지난 6일 사업 구역 내 한 공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조합은 총회를 통해 관리처분 계획안 변경, 시공자 도급계약서 변경 안건 등을 통과시켰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수 백명의 조합원들은 모두 마스크뿐 아니라 새하얀 방역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착장’했다. 현장 접수를 마친 조합원들은 사전에 준비된 대형 버스에 올라탔다. 총회장에 마련된 총 50대의 버스에는 방역복을 갖춘 조합원들이 대당 최대 20명까지만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은 이날 총회장에 조합원 본인 혹은 대리인 1명만 참석하도록 해 혹시 모를 감염병 확산 우려를 최소화했다. 광명시청 공무원들도 현장에 나와 총회 전 과정을 살폈다.
코로나19로 조합 총회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참석자들이 차량을 이용해 대면 접촉을 피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총회 개최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온몸을 꽁꽁 싸맨 ‘방역복 총회’까지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조합 측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도 검토했지만 총회 현장 사정 등에 비춰 여의치 않다고 보고 방역복을 갖춰 입고 버스에서 총회를 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시 관계자는 “가장 좋은 건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총회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지만 재산상 문제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냥 막을 수는 없다”며 “당일 현장에 나가 확인했고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조합이 ‘방역복 총회’까지 개최한 것은 사업 진행을 위해 총회 개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관리처분 총회의 경우 전체 조합원의 20% 이상이 현장 출석하도록 하고 있다. 정비 업계에서는 전자 투표 등 기존 정비 사업 총회 개최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등 입법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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