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평균 아파트 값이 수도권 전체 평균은 물론 서울 금천구 시세를 앞서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값 상승세가 가팔랐지만 이른바 부산의 ‘해·수·동(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수영구는 규제 지역 지정과 해제, 재지정을 반복한 지역이다.
8일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기준 부산 수영구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58만 9,000원을 기록해 서울 금천구(750만 2,000원)보다 높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째 연속이다. 수영구 아파트 값이 서울 금천구보다 높은 시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여 만이다.
수영구 ㎡당 매매가는 수도권 전체 평균 매매가(754만 원)도 앞서고 있다. 수영구 집값이 수도권 전체 평균을 앞서는 현상은 지난해 11월 처음 발생한 후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1년여 전까지만 해도 부산 수영구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수도권보다 100만 원 이상 뒤처졌지만 지난해 가격이 급등했다.
수영구 집값의 상승에는 규제 지역 지정, 해제와 재지정을 거치면서 발생한 풍선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앞서 2016년 해수동의 상승세가 본격화하자 같은 해 11월 수영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아파트 값이 하락하자 2019년 11월 동래구, 해운대구와 함께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다. 해수동의 집값이 급등한 것은 이때다. 당시 정부가 수도권 지역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따른 풍션 효과로 해수동에 외지 투자가 몰리는 등 집값이 치솟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1년 만인 지난해 11월 20일 부산 해운대와 수영, 동래, 연제, 등을 김포시와 함께 조정대상지역으로 다시 지정했다. 이후 거래량은 다소 줄었으나 매도자들의 호가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시세는 높게 유지되고 있다.
주요 단지를 보면 수영구 민락동의 ‘센텀비스타동원’ 전용 109㎡는 최근 13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오는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광안동 ‘광안에일린의뜰’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8억 9,800만 원에 입주권이 팔리며 사실상 고가 주택(9억 원) 기준에 닿았다.
수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11월 조정지역이 되면서 대출 규제를 받는 바람에 실수요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6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기는 하는데 가격을 낮춰 내놓지는 않는다”며 “집주인들은 보궐선거 이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는 재건축 이슈로 인해 들썩거리고 있다. 남천동 ‘삼익비치’ 의 경우 전용 42㎡가 9억 원대, 전용 131㎡가 20억 원대에 거래됐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30평대는 15억 원 이하로는 거래가 어렵다”고 했다. 민락동의 50가구 규모의 준공 25년차 ‘극동’은 넉 달 만에 두배가 올랐다. 지난해 9월 전용 82㎡가 2억 5,300만 원에 매매됐으나 지난달 31일 같은 평형이 5억 원에 실거래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영구의 삼익비치가 자역 내 재건축의 상징이듯 5대 광역시내 각 지역의 주요 단지에서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 낙후된 구도심에 기대감이 형성된다”며 “아직 개발이 시작되지 않는 지방 광역시 구도심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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