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구속할지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과 검사장급 고위 검찰인사가 맞물리면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갈림길에 놓였다.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낮다’는 취지의 평가 보고서 생산 당시 주무 부처 장관이었다. 감사원 보고서에도 청와대가 산업부로부터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추진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경제성 평가 과정에 윗선 입김이 작용했는지 입증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만큼 백 전 장광에 대한 신병 확보가 청와대 등 윗선까지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법원이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고위 검찰인사에서 수사 지휘부마저 교체되면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또 월성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 방해 혐의도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산업부 공무원 3명이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하는 과정에 백 전 장관이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백 전 장관은 ‘불법 행위가 없었다’거나 ‘아는 바가 없다’는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영장실질심사에서 벌어질 양측 사이 ‘진검승부’로 백 전 장관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그의 신병 확보는 수사가 확대되느냐, 좌초하느냐도 결정할 수 있다. 백 전 장관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 청와대 등 윗선과 직접 소통한 창구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수사에 성공할 경우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소환 등 수사에 물꼬가 트인다. 또 청와대 등지를 압수 수색할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문건 가운데 ‘산업비서관 요청 사항’과 함께 ‘후속 조치 및 보안 대책(사회수석 보고)’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김수현 전 사회수석비서관까지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가 확대일로를 걸을 수 있다.
반면 법원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청와대 등 윗선까지 수사한다는 검찰 계획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앞으로 있을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찰 인사에서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교체되는 등 수사 지휘부까지 바뀌면 수사는 자칫 ‘용두사미’로 전락할 수 있다. ‘무리한 수사로 정권 흔들기에 나섰다’는 정부·여당의 비판도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국장 등의 재판을 연기한 부분도 결실로 이어지지 못한다. 애초 A국장 등 이른바 산업부 ‘3인방’에 대한 공판 준비 기일은 이달 26일이었다. 하지만 대전지검이 사건 수사팀장인 이상현 형사5부장 명의로 지난 8일 기일 변경 신청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재판은 3월 9일로 연기됐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늦춰진 재판 기간 동안 기소 명단을 정리해 공소 유지에 나선다는 검찰 계획은 물론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는 분석이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