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달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한판 기준 도매가격이 6,000원에 육박했다. 5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달걀 한판(특란 30개) 도매가격은 5,955원으로 6,000원 선에 가까워졌다.
달걀 한판 소비자 가격은 지난달 6일 6,027원으로 6,000원 대에 올라선 지 22일만인 지난달 28일(7,253원) 7,000원 선을 돌파했고 오름세를 이어가다 전날 7,432원을 기록했다. 달걀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2월 평균값보다 43.3%, 전월보다 21.6% 오른 수준이다.
달걀 산지가격(특란 10개)은 1,924원으로 지난해 2월 평균 1,005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고병원성 AI 가 계속 확산하면서 알을 낳기 위해 기르는 산란계 1,339만4,000마리를 살처분해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치솟는 달걀값을 잡기 위해 설 명절 전까지 달걀 2,000만개를 수입하고 설 이후 이달 말까지 2,400만개를 추가로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달걀 등 설 성수품 가격 안정 민관 합동 협의체 회의에서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을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대신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으로 바꿔 부를 만큼 달걀 가격 상승은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달걀값 상승 추세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수입 초기 미국산 흰달걀 판매에 난색을 표하던 대형마트의 태도도 변화했다. 지난달 26일 미국산 신선란 60t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에 대형마트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달걀 수급 상황이 2017년 '달걀 파동' 때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보았던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농할(농산물 할인) 갑시다' 행사를 통해 달걀을 20% 할인하고 있어 가격 인상분을 일부 상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국산 달걀의 평균 낙찰가가 5,486원이어서 일부 유통업체는 가격 측면의 이점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기준 달걀 도매가격은 5,394원이었다.
하지만, 달걀 가격이 계속 오르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실수요업체에 미국산 신선란을 1판당 4,450원에 직접 공급하기로 하면서 대형 유통업체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스트코는 이날 오후부터 미국산 달걀 한판을 4,99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한 계란이 국내 소비자들의 식탁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신선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라며 "수급 여건이 악화하는 경우 추가 수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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