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영업이익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부터 증시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실적시즌을 맞아 펀더멘털 개선세를 중심으로 한 실적 장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그동안 유동성의 힘에 기댄 무차별적인 주가 상승세 국면을 지나 이제는 실적을 기반으로 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실적 발표를 마친 8곳(카카오(035720)·셀트리온(068270) 제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평균 30.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매출액도 소폭 증가해 3.43% 늘었다. 특히 신성장 사업으로 떠오르며 주목받았던 바이오, 2차 전지 등의 기업 실적이 크게 늘어 코스피의 성장성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총 상위 기업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19.10% 증가한 2,928억 원을 기록해 시장기대치(2,499억 원)를 17.17%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은 LG화학(051910)(185.10%)도 전기차 배터리 실적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조 3,532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2조 1,892억 원)를 7.49%나 웃돌았고, 같은 업종인 삼성SDI(006400)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5.26% 증가했다.
앞서 유동성에 힘입어 3,2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나흘 만에 3,000선을 내주는 등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지난 25일(종가 3,208.99) 이후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해 29일(2,976.21)까지 7.25%나 하락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제 무차별적인 위험 자산 상승 국면에서 옥석을 가려가며 선별적·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소위 실적 장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코스피 상승 랠리에 대한 배경으로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 변화를 꼽아왔다. 코스피 내 신성장 산업 비중이 높아지며 지수가 재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005930) 등 국내 기업의 실적은 예고됐던 대로 잘 나오고 있다”며 “이번 어닝 시즌은 최근 주가에 반영됐던 부분을 재차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기업도 많아 단기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업 이익의 증가로 증시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영업이익 개선 기대감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산업재를 제외한 대부분 섹터의 이익 전망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디스플레이(증가율 57.5%), 자동차(4.2%), 화학(2.5%) 등으로 시총 상위 업종이 대부분이라 지수의 상승 여력이 높아질 것으로 평가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 주 2.1% 상향 조정됐는데, 이는 주간 추정치가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라며 “아시아 신흥국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도달했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전고점을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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