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감하듯 탄소 중립을 이행하고 환경을 지키는 첫걸음은 자원을 덜 쓰고 에너지를 아끼고 폐기물을 적게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사회에서 이 첫걸음을 내딛는 것은 무척 어렵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 변화 속에서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직후 발생한 폐기물의 양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최대 30%나 증가했다고 한다. 음식 배달이나 포장, 온라인 쇼핑 증가로 일회용품 포장재 폐기물 발생이 주요 요인이다.
폐기물 발생은 대량 생산에서부터 시작된다. 천연자원으로부터 에너지를 소비해 생산하는 대량의 제품이 유통과 소비로 이어지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자원의 소비는 지난 세기 동안 약 8배 증가했고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 다양한 환경 문제로 이어졌다. 특히 자원을 추출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상당히 배출돼 폐기물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워 보인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제품의 전 주기적 관점에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순환 경제 구축이 필요하다.
이미 유럽에서는 순환 경제를 국가 전략의 일부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린 딜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순환 경제를 녹색 전환의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다.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 집약적 분야를 중심으로 재활용 이전 단계에서부터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의 녹색 전환 및 탄소 중립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순환 경제로의 전환은 중요하다. 자원이 순환하는 구조로 전환해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선순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질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로 천연자원을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또 순환하는 과정에 있는 관련 전후방 산업이 연계되고 신산업이 창출되면서 녹색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그린뉴딜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순환 경제 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순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조 원료나 생산 공정의 변화부터 소비자의 인식 변화까지 사회 전반의 체계적 구조 변화와 기술적인 혁신이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공적으로 순환 경제가 추진되기 위해서는 많은 이해 관계자의 참여와 공감이 중요하다. 먼저 산업계와 시민의 참여를 위한 이해 관계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계·시민·지방자치단체·중앙정부의 역할이 명확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 다부처 융합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순환 경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을 기반으로 하는 순환 경제 로드맵이 마련된다면 좀 더 체계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