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구제에 나선 것은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하는 구제책은 최대 월 24조 원의 재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강도 방역 조치 기간인 지난 4개월만을 따져봐도 100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코로나19 상황이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원 마련에 대한 대안 제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을 못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제도화하는 것은 정부와 국가의 기본 책무라 판단한다”며 “정부와 잘 협의해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지난 14일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점검회의에서 “당내에서 거론되는 피해 분야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보상은 법제화가 필요한 문제니 토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최근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업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매출액과 비교해 차액을 50~70%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 의원은 손실보상 비용을 월 24조 7,000억 원으로 계산했다. 고강도 방역 대책을 추진한 4개월을 기준으로 삼으면 98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민 의원은 이른 시일 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강훈식 의원도 앞서 집합제한 업종에 연간 최대 8조 7,000억 원 상당의 최저임금과 임대료를 보상하는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동주 의원은 손실보상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보상 금액 등을 정하게 하는 코로나 피해 구제법안을 발의했다. 송영길 의원도 상가 임대료를 임차인(50%), 국가(25%), 임대인(25%)이 나눠 분담하는 제도를 제안한 바 있다. 최근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개최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민병덕·강훈식·이동주 의원 안을 결합시켜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의 전 국민 보편 지급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장 위원회 구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쟁적으로 발의한 소상공인 지원법안은 2월 국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든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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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법안들이 한결같이 ‘한시적 현금 살포’ 방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계층의 지지율 하락에 위기의식을 가진 여당이 ‘선심성’ 대책으로 4월 보선만 피하고 보자는 인식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강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40% 안팎을 기록했던 자영업 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1년 사이 20% 초반으로 반토막이 나 있는 상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구제에 반대할 사람이 있겠냐”며 “이를 접근하는 정부 여당의 근시안적인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지난 1년 동안 정부 여당은 중장기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며 “지금이라도 현금 지원에 앞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 따른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재원 마련과 지원 대책이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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