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고 말했다.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던 윤 총장을 사실상 옹호하는 뜻밖의 발언을 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윤 총장의 퇴임 후 정치 행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윤 총장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답변 과정에서 갈등의 또 다른 당사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추·윤 갈등에 대해 “사실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나가는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국민들에게 정말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정치력을 발휘해 추·윤 갈등 문제를 원만히 풀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검찰총장 임기제로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보장받고 있고 법무부는 검찰과 분리가 되면서 검찰이 제대로 대응하도록 독려하는 입장에 있다”며 “갈등이 생긴다 해도 민주주의국가에서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의) 민주주의가 보다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문 대통령이 갑자기 윤 총장을 감싸는 발언을 내놓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어차피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지지율도 30%대로 떨어진 마당에 중도층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윤 총장에 대한 탄핵을 주장했던 여권 내 강성 인사들과 지지층들을 제어하는 효과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윤 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인사’라고 선을 그으면서 야권 대선 주자로 부상하는 움직임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도 정치권에서는 제기됐다.
한편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정치적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월성 원전에 대한 1차 감사는 국회의 의결로, 최근 2차 감사는 공익 감사 청구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검찰 수사도 당시 감사원으로부터 이첩되면서 이뤄지는 것이지 그 이상으로 정치적 목적의 수사가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탈원전 정책을 두고 문재인 정부와 감사원·검찰 등 권력기관이 맞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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