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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삼중수소 정상적으로 희석해 배출기준 충족" VS "한수원 발표만 의존"

'생물학적으론 영향 미미' 주장엔

"제대로 된 조사가 먼저" 지적도

경주 월성 원전




지난 2019년 4월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지하 배수관 맨홀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물 1ℓ당 71만 3,000㏃(베크렐) 검출됐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보고서가 최근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한쪽은 월성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다른 쪽은 국민을 선동하기 위한 괴담이라고 맞받는다. 이같은 논란은 앞서 월성 원전을 놓고 감사원이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고 밝히고 검찰이 수사 확대에 들어간 상황에서 불거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1982년 가동에 들어간 월성 원전 1호기는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 수명 연장 허가를 받았으나 2017년 서울행정법원이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취소 판결을 내려 조기 폐쇄 결정이 난 상태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정치적 논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원전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원전에서는 원자로의 핵연료가 분열될 때 튀어나오는 중성자가 냉각수의 수소와 반응해 방사성원소인 삼중수소가 나온다. 원전 배기구에서 공기 중으로 배출돼 빗물에 섞여 지하수가 되기도 하고 부지 내 토양에 스며들 수도 있다. 일반 수소보다 원자핵이 3배 무거운데,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宇宙線)과 대기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매년 지구 대기에 삼중수소가 약 200g 이상 생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규정에는 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농도 관리 기준이 없다. 대신 외부 배출 시 1ℓ당 4만 ㏃이라는 기준치가 있다. ㏃은 방사성물질의 방출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방사성 시료가 1초당 한 번 붕괴하는 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환경단체·탈핵운동가들은 한수원의 보고서에 적힌 71만여 ㏃이라는 삼중수소 검출 수치가 배출 관리 기준치를 17.8배 초과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배출 자료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다가 제보로 공개됐다”며 “원안위는 입을 다물고 있고 한수원 발표 자료에만 의존해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원안위와 한수원·찬핵학자들은 원전 부지 내 터빈 건물 배수관 맨홀에서 검출된 것으로 외부로 배출할 때의 관리 기준과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검출된 삼중수소는 수집과 처리를 위한 집수정에 있던 것이지 외부로 배출된 것이 아니다”라며 “정상적으로 희석 배출돼 배출 기준을 만족시켰다”고 말했다.

원전 부지 외부로 배출된 양이 기준치를 초과했느냐가 규정에 따른 핵심 사안인데 현재로서는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이번에 논란이 된 맨홀에 고인 물을 삼중수소 검출 이후 회수해 ℓ당 13㏃로 희석해 배출했다고 해명했다. 원안위 측도 원전 내부에서는 삼중수소 변동 값이 커 관리 기준을 두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이 정도의 생물학적 영향은 1년에 바나나 6개를 먹었을 경우 그 속에 있는 방사성 칼륨 등의 방사성물질이 우리 몸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과 같다”며 “무시할 수준의 미미한 방사선 피폭”이라고 주장했다.



삼중수소는 빗물을 통해 땅으로 떨어지는데 지난해 한수원 조사 결과 월성 원전 주변 울산·경주·나산에서는 검출되지 않았고 봉길에서만 4.8㏃이 검출됐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식수 기준인 ℓ당 1만㏃에 한참 못 미치는 양이다. 이정윤 대표는 “삼중수소는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한 물질인데 그 양이 아무리 미미해도 유해하다”며 “월성지역 주민들에게서 갑상선암이 다른 지역보다 2.5배 많이 나오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최성민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월성 주변 지하수에서 검출되는 삼중수소 방사능은 위험성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낮다”며 “서울의 토양에서 검출되는 자연 방사성 물질 칼륨-40 방사능(약 950 Bq/kg) 피폭보다 3만 배 이상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삼중수소는 에너지가 낮은 베타선을 배출하는 방사성 원소로 고에너지의 감마선 또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칼륨-40보다 위험성이 수백 배 작다는 얘기도 했다.



월성 원전에서 방사성물질의 확산을 막아주는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차수막이 파손된 것도 논란거리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차수막 밖에 고인 물의 방사능 농도가 2,000㏃에 불과해 공기 중의 삼중수소가 물에 내려앉은 정도라는 입장이다. 사용후핵연료 수조에서 누설됐다면 세슘 등 다른 방사성물질이 나왔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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