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예탁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이 연일 국내 증시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개인들의 풍부한 자금이 2,900선에 육박한 코스피지수의 하방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어 새해 증시의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증시 폐장일인 지난 12월 30일 기준 고객 예탁금은 전 거래일보다 1,031억 원 증가한 65조 6,234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개인 투자가들은 전날 일부 차익 실현을 시도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4,916억 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코스닥 시장에서 1,235억 원을 순매수하는 등 매도세가 더 컸다. 하지만 개인들은 매도한 자금을 증시 외부로 빼내지 않고 고스란히 증시에 남겨두면서 예탁금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됐다.
2020년 고객 예탁금은 연초(27조 3,384억 원) 대비 38조 원가량 늘어났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들이 순매수한 자금(63조 4,400억 원)을 포함하면 2020년 한 해에만 국내 증시에 101조 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2020년 말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것은 개인들이 새해에도 증시의 ‘우상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2021년 증시가 2020년보다는 상승 강도가 덜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언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코리아에셋증권은 11월부터 가파르게 오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 1월에는 상승 탄력이 약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코스피지수 밴드를 2,850포인트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풍부한 개인 자금은 지수의 하방을 든든하게 받쳐줘 단기 조정이 진행되더라도 하락 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말 매도세로 잠시 전환했던 외국인 투자가 자금이 다시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경우 추가 상승의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규 투자자와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저금리 지속으로 기대수익률 측면에도 매력이 있어 개인의 주식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개인이 증시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최소한 지수 하단을 견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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