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지급하는 현금 600달러(약 66만 원)가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실직한 미국인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지원을 펴는 것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급한 현금이 저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올 봄 미국 정부는 미국인에게 1인당 1,200달러(약 132만 원)를 지급했지만, 당시 저축률은 40년 이래 가장 높았다.
1인당 600달러로 책정된 2차 현금 지원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공산이 높다. 지난 8월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현금 지원을 소비에 쓰겠다는 응답은 15%에 그쳤기 때문이다. NYT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대다수 경제학자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계층은 뜻밖의 돈을 받으면 거의 예외 없이 저축할 것으로 본다”며 “지원이 절실한 실업자에게 지원을 배정하는 게 진정한 부양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선별 지원이 더 낫다는 근거는 승수효과에 있다. 실업자들은 저축이 아닌 식품을 사거나 월세를 내는 데 돈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승수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약 2,000만 명의 실업자에게 3월 중순까지 주당 30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현재 정책보다는 ‘전 국민 현금 지원’의 일부를 실업자에게 할당해 보조금을 주당 600달러로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실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간을 백신이 대량 접종될 내년 여름까지 연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웨스트뱅크 수석 경제분석가 스콧 앤더슨은 이 신문에 “부양책 단추를 더 누를수록 효과는 줄어든다”며 “소비자가 외부활동을 꺼리는 탓에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요식, 여행업은 (부양책으로) 당장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부양책으로 빈부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형편이 좋은 가정은 이번 현금 지원을 부채 상환 또는 주식이나 부동산 구매에 쓰면서 거품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시행되는 부양책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이 7만 5,000달러(약 8,200만 원·부부 합산 15만 달러) 이하인 가정은 어린이를 포함해 개인당 600달러를 받고 연 소득이 그 이상인 가계는 단계적으로 적은 지원금을 받는다. 미국의 1억 6,000만 가계와 개인이 이 현금지원의 대상이 된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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