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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의 MBTI는?"…'우리혁' 인터뷰 뒷이야기[오지현의 하드캐리]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서울 강남구 T1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성형주기자




만났습니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최고의 미드라이너, e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우리혁’, 페이커(Faker) 이상혁 선수를 만났습니다.

지난 10월 말,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남구 T1 사옥에서 그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수개월 간의 섭외 끝에 성사된 인터뷰이기도 했고, ‘세계 최강’의 다른 말로도 불리는 상징적인 인물이기에 그만큼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3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의 만남이었지만 이상혁 선수의 진지한 태도와 신중한 화법은 뇌리에 깊게 남았습니다. e스포츠 병역특례에 대해 묻자 20초간 침묵이 흐를 정도로 신중하게 고심한 끝에 답변을 내놓기도 했었죠. 어휘 선택에서도 다독(多讀)의 향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신념,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 e스포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자세한 인터뷰는 ▶이곳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하드캐리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인간 이상혁의 ‘TMI(사소한 정보)’를 살짝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그에게 MBTI, 요즘 읽고 있는 책, ‘불 좀 꺼줄래’ 등 사소한 일상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MBTI가 어떻게 되나.

=(테스트) 한 지가 오래돼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INTP 맞는 것 같다. ISTP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테스트 결과가 잘 맞는지.

=비슷한 것 같다. 유형이 16가지나 되다 보니 비슷할 수밖에 없다.

―로봇 같은 성격이라고 한다.

=네, 그런데 극단적으로 그쪽은 아니고 중간 정도인 것 같다.

INTP는 ‘논리적인 사색가’ 유형으로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조용하고 말이 없으나 관심분야에 몰두하고, 높은 직관력으로 통찰하는 재능, 지적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팬들이 추측한 그의 MBTI 유형이기도 합니다. ISTP는 ‘만능 재주꾼’으로, 신중하면서도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평가됩니다.

인터뷰 내내 초연한 표정을 유지한 그였지만 실제로 관계자에 따르면 이상혁 선수는 친해지면 농담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스타일이라고. 또한 그는 콜라 중에서는 펩시콜라, 그리고 민트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1954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 고등과학연구소 교정을 함께 걸으며 이야기 나누는 쿠르트 괴델(사진 왼쪽)과 알버트 아인슈타인. /Leonard Mccombe


―독서가 취미라고 알려졌다.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나?

=이과 책이다.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라는 책인데 되게 좋은 책이다. 제가 좋아하는 책이다.

―인상적인 대목이나 구절이 있다면.

=아직 읽는 중이라 딱히 없다.

―책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책은 장르 편견 없이 다양하게 읽어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팬분들이 제 취미를 아셔서 보내주시는 대로 읽어본다. 요즘은 어디서나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e북으로 책을 읽고 있다.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독서를 취미로 가지게 된 계기는.

=프로생활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독서를 하게 됐는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그 이후로 즐겨 읽게 됐다. 독서는 언어 구사력 향상에 도움을 주니 항상 가까이 하려 한다.

그가 읽고 있다는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짐 홀트, 소소의책)’는 과학작가이자 철학자인 짐 홀트가 과학과 수학, 철학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된 주제들을 다룬 글 24편을 묶은 책입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같은 학교 동료인 쿠르트 괴델과 함께 산책을 하면서 지적 대화를 통해 위로의 감정을 나눴다고 하죠. 괴델은 훗날 이 교류를 통해 위대한 논리학자로 성장합니다.

“불 좀 꺼줄래”라는 대사로 각종 패러디를 양산한 이상혁 선수의 게임용 메모리(RAM) 광고. /유튜브 캡쳐


―“불 좀 꺼줄래” 같은 ‘밈(meme)’이 많다. 주변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 찾아보려고 해도 주변 반응이 좋다 보니까…. 다들 좋아해주셔서 저도 좋다.

―와일드리프트 광고에선 버스 기사로 분했다. 게임 해봤나.

=당시 출시가 안 됐어서 한판만 해봤는데 LoL이랑 비슷하더라. 흥할 것 같다.

―데뷔전에서 앰비션(Ambition·강찬용 선수)를 ‘솔킬’ 낸 장면이 아직까지 회자된다.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옛날 경기를 복기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그나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3년 여름 결승전이다.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인상 깊은데, 그때 굉장히 극적으로 승리하기도 했고 첫 우승이라서 가장 인상 깊다.

2013년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결승전은 비 내리는 서울 잠실에서 개최됐었죠. 페이커 선수가 속한 SK텔레콤 T1(현 T1)의 상대는 KT 롤스터 불리츠. 폭우가 내리는 등 악조건이 겹치는 가운데 풀세트 접전이 펼쳐져 그야말로 희대의 명경기로 남았습니다. 페이커 선수는 이 경기에서 ‘패패승승승’ 역전승의 주역이 됐습니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서울 강남구 T1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성형주기자


―T1 파트오너가 되고 나서 바뀐 점은.

=딱히 바뀐 점은 없고 직원분들이 맛있는 것을 사주신다든지 물을 떠다 준다든지… (이 농담에는 저만 웃었습니다.) 그 외에는 프로게이머이다 보니 달라진 건 없다.

―LPL(LoL 중국 프로 리그) 간 선수들과 연락하나.

=안 한다.

―일부러?

=다른 팀 선수들과 연락을 많이 안 한다. 시간도 없고, 서로 바쁘다.

―예전에 ‘롤갤(디씨인사이드 LoL 갤러리)’하는 사진이 퍼져서 화제였다.

=롤갤은 한 번도 본 적 없다.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e스포츠와 관련한 인터넷 여론은 ‘까를 위한 까’라고들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가 가면 갈수록 연령층이 낮아지고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주로 칭찬을 하는 것보다 남을 깎아내리면서 도파민을 생성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데 사실은 보는 사람만 손해라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아서 많이 영향을 안 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 T1도 악플에 강경 대응한다는 기조를 밝혔다.

=어떻게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잘못을 한 것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잘못을 하지 않게 제도나 시스템적으로 근절시키는 방향에서 법적 대응도 필요한 것 같다.

―트위치 방송에서도 선을 넘는 사람이 많은데 상처 받은 적 있나.

=어… 상처 받을 때도 물론 있다. 그런데 좋아해주는 사람이 더 많다 보니까 그런 면에서 최대한 잘 관리하고 있다. 스스로 신경을 많이 안 쓰다 보니까 괜찮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서울 강남구 T1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성형주기자


―미드와 서폿을 제외하고 재미있는 라인이 있다면.

=정글이나 탑이 재미있는 것 같다.

―남은 게 그거밖에 없는데…

=정글.

―이유는.

=할 수 있는 플레이의 범위가 넓다 보니까 좀 더 한계치도 높고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많다. LoL은 5:5 게임 아닌가. 영향력이 커서 좋은 것 같다. 미드도 그런 점에서 괜찮다.

―자녀가 프로게이머를 한다면?

=잘하면 추천할 거고 못하면 반대하겠다. 실력은 저랑 (테스트를) 해도 되고,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경기장 들어갈 때 어떤 생각을 주로 하나.

=경기 생각을 많이 한다.

그의 고요한 표정과 짤막한 답에서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른다”고 했던 어느 산악인의 선문답이 떠올랐습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는 김연아 선수의 말이 겹쳐지기도 했고요. 만 16세에 데뷔해 세계를 제패할 때까지 셀 수 없는 고독과 불면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을 이상혁에게서는 여느 스포츠 선수와 다르지 않은, 수양하는 ‘프로’의 인격이 여실히 배어났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몇 시간 뒤 선정릉역 사거리, T1 유니폼에 슬리퍼를 끈 채로 어딘가에서 돌아오는 이상혁 선수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냐고 물어보니,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세체미(세계 최강 미드라이너)’는 도로주행에서도 동요 없이 강할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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