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부상하지 않는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최근 기지개를 켜면서 강렬한 정치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오 전 시장은 9일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유력해 보인다”면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맞서 안심소득으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지만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이하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군 복무제도와 관련해서는 징병제와 모병제를 절충한 ‘징모혼합제’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핵무장 지렛대론’을 제기하며 “북핵 폐기에 좋은 카드를 문재인 정부가 너무 쉽게 버렸다”고 비판했다. 부동산대란 해법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서울시장 재임 중 추진했던 재개발·재건축을 박원순 전 시장이 뒤집지만 않았어도 15만~30만 가구는 추가 공급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의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 “ ‘어쩌다 정치인’의 등장과 퇴장을 누차 봐오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주자를 깎아내리는 데 대해선 “당 대표로서 해당행위”라고 꼬집었다.
-최근 대권 도전 의향을 밝혔는데, 필승 전략을 갖고 있는가.
△대선에서 필승하려면 구도와 인물·정책 세 요소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구도 측면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강화 노력이 필요한데 양당의 협력 분위기가 성숙해가는 분위기다. 인물 측면에선 내가 의정 활동에서 보여준 ‘오세훈법’과 서울시장으로서의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정책과 공약이 있다면.
△대선 이슈 선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안보에 대해 설명하면서 ‘징모혼합제’를 제기했다. 6개월간은 징병제로 하고 이후엔 본인 희망에 따라 모병에 응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얼마 전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방송토론에서 그의 기본소득에 맞서 안심소득을 내세워 논쟁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누가 유력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재명 지사가 유력해 보인다. 그는 미래 화두를 선점할 줄 안다.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현직 지사로서 직접 실행한다. 반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발목 잡혀 그런 이해관계에 충실한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 국민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지사 쪽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는 추세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 지사와 대선 본선에서 경쟁하게 된다면.
△이 지사가 대선후보가 되면 기본소득 이슈가 전면에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안심소득으로 정책 경쟁을 벌일 생각이다. 기본소득은 국민 전체에 똑같은 금액을 나눠주자는 것이지만 안심소득은 하위 50%에게만 선별적으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이 지사는 연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얘기하면서 우선 한 달에 2만~3만원을 주다가 종국적으로 월 50만원씩 연간 600만원을 주자는 것이다. 내년 예산이 550조원인데, 종국적으로 기본소득을 위해 300조원을 쓰자는 셈이다. 이는 거짓말이요,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다. 기본소득은 시작할 때는 금액이 적어 무의미하고, 장기적으로는 금액이 너무 커 불가능하다. 반면 내가 말하는 안심소득은 중위소득을 정하고, 혜택은 중위 이하만 받도록 하는 것이다. 중위소득은 2023년 4인 가족 연소득 6,000만원에 한 달 500만원쯤 되는데, 자기가 번 돈에서 중위소득을 비교해 부족한 만큼의 절반을 채워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후상박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면 돈 벌게 유인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평소 ‘우리도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엄밀히 말하면 ‘핵무장론’이 아니라 ‘핵무장 지렛대론’이고 ‘핵무장 협상카드론’이다. 북핵 폐기가 꼭 이뤄야 할 목표라면 우리가 핵 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게 북핵 폐기를 유도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그 좋은 카드를 문재인 정부가 너무 쉽게 버렸다. 핵을 갖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해버렸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건가.
△과거 독일 슈미트 정부는 문재인 정부처럼 하지 않았다. 1979년 소련이 핵미사일 SS20의 동유럽 배치를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려 유럽 전체가 핵 사정권에 들어가 난리가 났을 때 헬무트 슈미트 총리는 미국의 핵미사일 퍼싱2를 배치하겠다며 치고 나갔다. 결국 미국 전술핵을 독일에 배치하는 게 더 큰 손해라고 판단한 소련은 SS20를 철수시켰다. 우리도 슈미트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자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핵을 들여오겠다고 했다면 중국이 북핵 폐기에 적극 나서 진전이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는 바람에 중국이 현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핵옵션을 놓아버린 것은 대단히 아쉬운 전략적 실수다.
-핵무장 지렛대론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의 핵 무장 능력도 충분하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최소한 6개월, 늦어도 1년 내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미국 입장이 문제인데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도 가능하다. 오키나와·괌 등 미국이 관리하는 기지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미국 대통령 승인 아래 우리 폭격기가 전술핵을 장착해 쓸 수 있는 핵 공유 방식으로 NATO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표적인 야권 후보로 꼽히고 있는데, 출마할 생각이 있는가.
△출마 안 한다. 대권에 도전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10년 전 아쉽게 서울시장에서 중도하차 했는데, 아쉬움은 없는지.
△가장 아쉬운 건 주택 문제다. 그때 추진했던 재개발·재건축 지역이 400곳에 이른다. 민간 중심으로 추진한 사업들이어서 방해하지 않고 도와만 줬어도 최소한 절반은 계획대로 됐을 것이다. 그랬으면 적게는 15만 가구 이상, 다 됐으면 30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지어져 주택난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원순 전 시장은 주택시장에 미칠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지도 못한 채 취임 초부터 뭐가 그리 급한지 전임자의 정책을 다 뒤집어버렸다. 그로 인해 요즘 서울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되, 그 물량이 저렴하면 된다. 3기 신도시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첫 번째 해법이다. 3기 신도시 분양가는 정부 의지만 있다면 최소한 시중 가격을 30%가량 낮출 수 있다. 두 번째로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에 인센티브를 줘서 물량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는 지분적립형주택, 장기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 공급이다. 내가 시프트라는 장기전세주택을 3만3,000가구 공급했는데 전세가와 집값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당내 대선주자들을 저평가한 데 대해 최근 ‘막걸리 회동’에서 항의했다고 들었다.
△내가 김 위원장에게 말했다. 당내 주자에 대해 지금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고만고만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 당 대표가 그런 것에 대해 쉽게 인정해버리면 그건 자해다. 이런 식의 얘기가 우리 지도부 입에서 나오면 그건 해당 행위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당에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나를 포함한 원희룡·유승민·안철수·홍준표의 5인 원탁회의를 제안하고 여기에 김태호 의원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더해 국가정상화 비상연대회의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기업 규제 3법을 밀어붙이고 있고, 김종인 위원장도 공감하고 있다.
△기업 규제 3법이 진정으로 ‘공정3법’이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지 말고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이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니다. 감사위원인 사외이사가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외부로 새나가도록 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해외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탈취 우려도 큰 만큼 차등의결권 도입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 개혁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범야권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윤 총장에 대한 인기는 여론조사가 반영된 것일 뿐이다. 그를 치켜세우는 것은 정부의 검찰 장악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되레 민주당이 그걸 이슈화하려는 전략에 말려 들어갈 수 있다. 현직 검찰총장을 정치인화하는 것은 검찰의 공정한 수사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검찰이 정권 부패를 수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에 검찰총장을 대선주자로 만드는 풍토가 안타깝다. 게다가 ‘어쩌다 정치인’의 등장과 퇴장을 그간 누차 봤다. 우리 당의 직전 대표(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랬다. 정치를 아무나 한다고 하지만, 정치야말로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 갈등을 어떻게 보는가.
△추 장관은 집권 말기 검찰의 칼날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정권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살아있는 권력의 부패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문성진 논설위원 hnsj@sedaily.com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도 받았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으며 한때 방송에 자주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키웠다. 2000년 국회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6년과 2010년 서울시장에 연거푸 당선됐으나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가 자진 사퇴했다. 이후 공백기를 거쳐 올해 4·15 총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들었지만 여전히 제1야당의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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