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무궁화 삼천리’는 애국가에서 반복되는 핵심 후렴구다. 대통령 휘장 속 두 마리 봉황 사이에 자리 잡은 꽃이 무궁화이고, 국회의원 배지는 무궁화 꽃이 틀을 이루고 있다. 경찰관 계급장에도 무궁화가 등장하고,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훈장이 ‘무궁화장’이며, 청와대 앞 민간 개방구역에는 ‘무궁화동산’이 조성돼 있다. 국가 상징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나라꽃’ 무궁화다.
왜, 언제부터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국화(國花)가 되었는가?
337만자로 쓰여진 ‘고려사’에는 ‘무궁화(槿)’가 단 한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약 4,965만자로 적힌 ‘조선왕조실록’에는 무궁화가 등장하긴 하지만 이는 단명(短命)을 상징하는, 안 좋은 뜻이었다. 전하는 우리 옛시조 2,355수 중에도 무궁화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고, 악장가사·악학궤범·시용향악보를 비롯해 구한말 이전의 옛 민요 2,585곡 어디에서도 무궁화를 노래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정사(正史)가 기록하지 않고, 아무도 노래하지 않은 무궁화가 국가 상징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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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두 얼굴의 무궁화’는 이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다. 법학전문가로서 상하이 총영사관, 주중국대사관 외교관을 거쳐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지난 1999년부터 윤봉길 의사 체포 장면으로 알려진 사진이 일제에 의해 조작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이 사실이 입증돼 모든 교과서에서 문제의 사진이 삭제되기까지 12년 간 굴하지 않았던 이다. 이어도 중국 측 기점 수정을 발견해 제주-이어도 해역 1만㎢ 이상을 우리나라 해역으로 지도를 바로잡기도 했다. 그런 저자가 “개나리 진달래 등 그 많은 아름다운 우리 자생종 꽃들을 두고 하필이면 근본 불분명하고 왜색 넘치는 무궁화를 대한민국 나라 꽃으로 모셔야 하는가”라며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오목조목 지적한다.
우리 역사에서 무궁화가 없었던 것과 달리 일본에서 무궁화는 신의 꽃(神花)이며 왕실에서도 별도 대접을 받는 꽃이었다. 저자는 일장기와 욱일승천기가 무궁화를 형상화해 그 기운이 주변국에까지 뻗치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근화(槿花)가 무궁화로 불리게 된 것은 ‘종일매국(從日賣國)’한 구한말 윤치호가 애국가 가사를 쓰면서부터다. 저자는 1889~1945년 일제의 대표 구호였던 ‘천양무궁’과 무궁화의 이름이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나라꽃이 필요하다면 원산지와 학명 모두 코리아(Korea)인 개나리·진달래 등 한반도 자생종 꽃을 택하는 게 낫다고 책은 제안한다. 2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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