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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거두고 막내린 삼성전자 '비전2020'

매출액 목표는 못 미쳤지만

글로벌 브랜드 순위는 달성

'사회적 책임경영' 전면 배치





삼성전자(005930)가 10년 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비전 2020’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막을 내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홈페이지 내 회사 비전을 업데이트하며 회사소개 코너의 비전 항목에 함께 소개했던 비전 2020을 삭제하고 경영철학인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경영원칙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지켜나갈 약속’은 그대로 남겨뒀다.

기존 회사 비전 항목에는 ‘2020년까지 연간 매출액 4,000억달러(약 464조원), 브랜드 가치 세계 5위 이내를 달성하겠다’는 내용과 경영철학이 함께 배치돼 있었다. 기한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비전 2020을 사실상 폐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전 2020은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발표한 미래 비전이다. 매출액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해졌지만 글로벌 브랜드 가치는 목표에 근접했다. 2009년 당시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36조원, 글로벌 브랜드 순위는 19위였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32조원, 글로벌 브랜드 순위는 6위다. 현실적으로 비전 2020을 달성하려면 내년 매출이 올해의 2배가량 늘어나야 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최근 10년간 D램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스마트폰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 등으로 생각만큼 외형을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브랜드 순위는 현재 인터브랜드 추산 6위(611억달러)로 한 계단 위인 5위 코카콜라(633억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연내에는 5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을 뿐 아니라 설사 한 계단 올라서지 못하더라도 2009년 당시 19위에서 무려 13계단이나 상승한 것이어서 사실상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13년 연속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해온 TV를 비롯해 스마트폰 등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이는 데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전면에 내세운 경영철학인 ‘사회적 책임’과 ‘인류 공헌’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18일 노조와해 시도 관련 경영진 일부에 대한 유죄판결과 관련해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나가겠다”고 밝히고 새로운 기업문화 마련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그룹 사장단회의를 개최하고 사외이사에 외부인사 영입을 적극 검토하는 등 기업문화 새판짜기에 나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얼마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숫자 중심의 비전을 제시해온 삼성전자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추상적인 비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큰 변화”라며 “상생경영을 기반으로 또 다른 ‘초격차 전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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