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035720)뱅크가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신기록을 다시 썼다. 잔돈 모으기 서비스인 ‘저금통’의 가입자가 출시 13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저금통은 매일 입출금계좌에 생기는 1,000원 미만 잔돈을 자동으로 모아주는 서비스로 저금통에 모은 돈은 언제 출금하든 연 2.0%의 이자를 적용해준다. 지난 10일 출시 3일 만에 50만명을 불러모으더니 불과 2주도 안 돼 106만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2017년 7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2년 반. ‘모바일 퍼스트 완결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는 내놓는 상품마다 초대박을 치며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 1·4분기 카뱅은 당기순이익 65억6,600만원으로 첫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3·4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내며 당기순이익 154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을 고려하면 카뱅의 성장세가 확연하다. 카뱅은 시중은행보다 금리 혜택이 좋고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한 인증 절차, 고객 편의성을 우선시한 단순한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펀(Fun) 마케팅 등 은행권 ‘메기’로 평가받았다. 기존 은행에서는 ‘이게 상식이야’라고 받아들이던 고정관념에 카뱅은 ‘이게 말이 돼?’라며 아이디어 상품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흥행작은 ‘26주 적금’과 ‘모임통장’이다. 26주 적금은 26주 동안 매주 1,000~1만원씩 증액되는 금액을 납입하게 한 자유적금, 모임통장은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모임통장을 바로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각각 지난해 6월, 12월 출시돼 둘 다 300만 계좌를 넘어서며 신규고객을 끌어모았다. 이 외에도 카카오뱅크는 전월세보증금대출, 내 신용정보조회 서비스, 해외송금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고객을 유인했다. 무엇보다 올해 새롭게 출시한 연계대출과 중금리대출이 효자상품으로 입지를 굳혔다. 올해 4월 시작된 연계대출은 지난달 말 대출 공급 총액이 5,000억원에 다가섰다. 대출 실행 건수도 꾸준히 월 5,000~6,000건을 기록하며 4만건에 달했다. 연계대출은 카카오뱅크에서 한도가 다 찼거나 신용도가 낮아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고객에게 동의를 거쳐 저축은행·캐피털 등 2금융권 제휴사의 한도·확정 금리를 제안하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카뱅은 저신용자 고객의 금융이력 데이터를 확보하며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카뱅이 얻는 것은 데이터뿐만 아니라 대출금이 카뱅 계좌로 입금돼 고객을 계속 카뱅에 머물게 할 수 있다. 현재 제휴사는 한국투자증권·유진저축은행, 국민카드, KB·롯데·JB우리캐피탈 등 6곳이다.
카뱅은 3월 주식계좌개설 서비스도 선보였다. 현재는 한국투자증권만 대상이지만 제휴사는 더 확대될 예정이다. 증권사에 고객을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이용자는 카뱅에 가입할 때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계좌를 추가 개설할 수 있어 다른 추가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성이 높다. 1년도 채 안 된 주식계좌 서비스 가입 건수는 이미 100만건을 넘어, 한국투자증권이 10년간 확보했던 80만 고객보다 더 많은 수를 확보해 효과를 입증했다.
‘안된다’는 상식을 ‘말이 돼?’라며 반문하며 실험적으로 추진한 상품들이 줄지어 성공하면서 카뱅은 모바일 은행 원조로 꼽히는 일본도 넘어섰다. 해외 주요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도 고객 수, 실적 등에서 월등하다. 레볼루트(400만), 몬조(200만), N26(230만) 등 유럽은 물론 라쿠텐(732만), 지분(200만), 소니(147만), SBI스미신(357만) 등 일본의 주요 인터넷전문은행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출범한 은행들이다. 일본 라쿠텐은 2001년 출범했다. 카뱅은 이미 7월 누적 1,000만 계좌개설을 달성했다. 경제활동인구 2,846만명만 놓고 보면 국민 3명 중 1명이 ‘카뱅’ 계좌를 갖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 고위관계자도 “카카오뱅크의 경쟁자는 ‘카카오뱅크’”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 업체의 성공사례를 찾아 방문하는 곳이 바로 카카오뱅크”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성공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카뱅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카뱅은 IPO를 통해 ‘실탄’을 마련해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11월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조8,000억원까지 늘렸지만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IPO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IPO가 성공할 경우 카뱅의 자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체계적인 자금확보를 통해 카뱅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신규 상품과 서비스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카카오뱅크 이름을 단 신용카드도 조만간 출시예정이다. 내년에는 주식·펀드·채권 등 투자상품 확대는 물론 주요 보험 비교 판매 서비스 출시까지 준비하는 등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도 준비하고 있어 은행권뿐만 아니라 금융사 전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중은행 임원은 “카뱅은 지급결제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IPO를 통해 넉넉하게 실탄까지 확충할 경우를 대비하지 않으면 업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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