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식품업계가 체감하는 파고는 높았다. 1명 이하로 떨어진 출산율에 내수시장은 더욱 줄었고 바닥을 모르고 이어진 불황에 소비는 더욱 줄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식품시장의 키워드는 가정간편식(HMR)·해외(Overseas)·인수합병(M&A)·미래먹거리 발굴(Exploration)의 앞글자를 딴 ‘HOME’으로 요약된다. 식품업계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HMR 품질을 외식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내수가 줄어든 만큼 해외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애썼다.
◇외식 위협하는 가정간편식(HMR)=HMR은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 아니라 이제는 외식을 위협하는 ‘요리’로 자리매김했다. 1~2인 가구 증가, 에어프라이어 보급 확대 등에 HMR 성장을 위한 환경도 갖춰졌다. 이제 일상의 한 끼부터 근사한 홈파티, 심지어 명절 밥상까지도 HMR이 파고들고 있다.
국내 HMR 규모는 지난 2011년 8,000억원에서 2015년 1조7,000억원, 올해 4조원으로 커졌다. HMR 신제품 개발을 위해 기업들이 스타 셰프를 영입하면서 이들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얘기는 구문이 됐을 정도다.
업계는 최근 상온 HMR에서 냉동 HMR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요즘 냉동 HMR은 급속냉동 기술을 이용해 맛과 식감·영양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물론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기만 하면 방금 조리한 요리 같은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HMR 시장 1위 CJ제일제당은 HMR 중 가장 까다로운 분야로 통하던 생선요리까지 내놓았다. 구이·조림 등 비비고 생선요리는 출시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넘었다. 풀무원 냉동피자는 생산 즉시 전 물량이 판매되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오후4시면 모두 품절돼 ‘품절템’으로 통한다.
◇해외(Overseas)시장을 개척하라=식품업계는 해외에서 ‘K푸드’로 새 길을 열고 있다. 해외에서 K푸드를 알리며 각국에서 ‘도장 깨기’에 들어갔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와 오리온의 ‘초코파이’, 농심의 ‘신라면’이 해외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3대장으로 우뚝 섰다. 특히 비비고 만두는 1월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비비고 만두의 해외 매출은 2015년 1,240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3,420억원, 올해는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은 미국 월마트 전체 점포인 4,692개점에 한국 식품 최초로 입점되는 기록을 세웠다. 입점 심사가 깐깐해 외국 식품회사들 사이에서는 ‘넘사벽’으로 통하는 월마트에, 그것도 전체 점포에 신라면이 깔린 것이다.
풀무원은 건강 이미지를 내세워 성과를 냈다.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두부 4개 중 3개가 풀무원 제품이다. 풀무원의 미국 법인 풀무원USA는 미국 두부 시장에서 올해 3·4분기까지 시장점유율 75.0%를 기록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중국에서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얻자 30년 만에 신공장을 경남 밀양에 짓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식이 아직은 익숙지 않은 해외에서 시장을 만들어 새로운 K푸드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인수합병(M&A) 활발=식품업계는 올해 매각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일부 브랜드를 매각하는 등 체질개선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곳이 CJ다. CJ푸드빌은 자회사 투썸플레이스의 보유지분 45%를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생물자원 부문 매각을 시도했다.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도 뒤따랐다. 11월 맘스터치의 해마로푸드서비스 정현식 회장은 보유지분 5,637만여주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커피빈은 7월 필리핀 최대 외식업체인 졸리비에 인수됐고 공차코리아도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TA어소시에이츠에 넘어갔다.
◇신사업 발굴(Exploration)에도 집중=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식품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식품업계는 건강기능식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빙그레는 건강지향 브랜드 ‘TFT’를 론칭하며 여성 건강 전문 라인인 바바시티를 선보였고 CJ제일제당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리턴업을 출범시켰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기존 제약업계의 영역으로 식품업계가 진출한 셈이다. 아워홈도 밸런스 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출시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며 “6조원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갈수록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리·박형윤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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