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랐던 옵티멈나노에너지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중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좀비기업’ 퇴출을 위해 자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줄이고 있으며 오는 2021년에는 지원을 완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묻지마 투자’ 경쟁을 벌여왔던 중국 업체 다수가 퇴출되면서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일 기회라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옵티멈나노에너지는 최근 선전시 법원에 파산 및 법인 청산을 신청했다. 옵티멈나노에너지는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 선두업체로 2015년 중국 시장 점유율이 26.6%에 달하는 등 2017년까지 꾸준히 3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며 부채규모가 197억위안(약3조2,600억원)으로 늘었나 파산에 이르렀다. 옵티멈나노에너지의 파산은 중국 시장 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GGII 등에 따르면 2016년 200여개에 달했던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올 상반기 60여개로 줄었으며 내년에는 20여개 정도만 사업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옵티멈나노에너지 등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제조원가의 2배가량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으로 버텨왔지만 이 보조금이 줄어들며 한계상황에 몰렸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내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9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가량 줄어들며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일부는 최근 몇 달간 배터리 주문을 일절 수주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형 업체들도 수주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CATL이 제작한 배터리 사용량은 2,082㎿h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줄었으며 BYD 또한 사용량이 65.7%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은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역성장과 달리 전년 동기 대비 11월 말까지 LG화학은 28%, 삼성SDI는 28.6%, SK이노베이션은 153.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중소형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밀도는 1㎏당 140~160Wh로 한국 등 상위업체(1㎏당 250Wh 이상) 대비 기술력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지며 성장의 질이 다르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만 꾸준한 공장 증설과 고객사 발굴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가 국내 3사에는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또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처럼 향후 몇 년 내에 과점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큰 탓이다. 스위스투자은행 UBS는 2025년에는 상위 5개 업체가 배터리 시장의 80%를 장악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폭스바겐이나 GM 등 완성차 업체가 현재는 국내 배터리 업체와 합작사 형태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향후 자체 공장 건설 등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위 업체와 후발업체 간의 기술 및 생산성 격차가 현격한 메모리반도체 시장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 때문에 격차 확대가 쉽지 않다”며 “배터리 업계에서 ‘꿈의 전지’라고 얘기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신기술 개발에 보다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