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현 경제상황을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로 표현하며 18년 전 디폴트 때와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전날 아메리카TV에 출연해 “당시(2001년)에는 빈곤율이 57%였고 지금은 41%”라며 “그때는 디폴트였고 지금은 사실상 디폴트”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인 3,300억달러(약 384조870억원)까지 불어나면서 아르헨티나가 사상 아홉 번째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업률은 10%를 넘고 연간 물가상승률은 55%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선심성 복지에 재정을 쏟아붓던 지난 2001년 12월 1,000억달러가량의 부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2005년과 2010년에는 채권자들과 최대 75%의 부채를 탕감하기로 합의했으나 해외 금융사들과의 소송전에 휘말렸고 2014년 또다시 디폴트를 선언했다. 2015년 집권한 기업인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2016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을 20%까지 떨어뜨리면서 디폴트 우려를 씻어냈지만 지난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폭락으로 경제위기가 다시 고조됐다. 마크리 정부가 지지율 추락으로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최근 대선 결과 아르헨티나 정부가 4년 만에 좌파로 회귀하면서 디폴트 현실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10월 대선 승리 이후 부채 상환 의지를 밝혔지만 정부는 이달 20일 만기가 돌아온 총 90억달러 상당의 단기부채 상환을 내년 9월까지 연기하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에 신용평가사 피치는 아르헨티나가 ‘제한적 디폴트’ 상태라고 밝혔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선택적 디폴트’라고 평가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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