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 공직선거법 개정안 수정안을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3일 전격 상정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에 돌입했다.
수정안이 상정된 것은 지난 4월30일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237일 만이다. 여야의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으로 4차 산업혁명 역량 강화, 산업계 애로 해소 등을 위한 경제·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237일의 골든타임은 허공 속에 사라졌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은 더욱 깊어졌다. ★관련기사 5면
문 의장은 이날 오후8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는 선거법 개정안 원안에서 225석과 75석이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53석과 47석으로 조정하고 석패율제도를 빼는 동시에 ‘연동형 캡(상한) 30석’을 넣은 수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앞서 4+1은 이달 11일 시작한 임시국회 회기를 25일에 종료하는 내용의 ‘제372회 국회(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을 가결시켰다. 이는 민주당이 제출한 안으로 국회법상 30일 내로 규정돼 있는 임시국회 회기를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당은 이 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문 의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당은 25일 회기 종료 시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음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문 의장은 오는 26일 임시국회 개회를 공고했다. 이로써 26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면 선거법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되지 않고 곧바로 표결에 부쳐질 수 있게 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과 밖으로 뛰쳐나간 야당 모두 골든타임 실기, 정치 혐오감을 키운 것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임지훈·방진혁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