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53)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군납업체로부터 6,000여만원, 한 건설업체로부터 4,000여만원 등 총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이 이중 2,700만원은 현금으로 받았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차명계좌로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12일 서울경제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전 법원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법원장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경남 사천의 식품가공업체 M사 대표 정모(45)씨와 그의 자회사 대표 A씨부터 6,210만원 상당의 돈을 받았다.
A씨는 정씨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지난 2006년에 예비역 대위로 군복무를 마쳤으며 2014년12월9일부터 자회사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검찰은 A씨가 M사의 군납 관련 각종 민원 해결과 공무원 로비 및 청탁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고 봤다.
군부대에 돈가스, 불고기 패티 등을 납품하던 정씨는 2015년께 자사 제품들이 군의 함량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씨와 A씨는 이를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그 해결방안을 적극 강구하던 중 지인을 통해 당시 육군 제1 야전사령부 법무참모로 복무하고 있던 이 전 법원장을 소개받았다. 2015년5월17일경 정씨와 A씨, 정씨의 지인은 이 법원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파한 뒤 A씨는 이 전 법원장을 따라가 ‘군납 좀 잘 부탁드린다’며 현금 3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
이후 정씨와 A씨는 군대에 식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이 전 법원장에게 부탁했고, 이 전 법원장은 담당 군인들을 접촉해 이를 원만히 해결해줬다. 이러한 대가로 이 전 법원장은 2015년7월17일부터 2019년9월10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현금 2,700만원을, 친형의 계좌로 1,450만원을, 또 다른 차명계좌로 2,060만원을 송금받았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검찰은 “피고인은 육군 법무병과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군법무관, 납품 및 계약 담당 부서 소속 군인 등에게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검찰은 정씨에 대해서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 밖에도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봉사단체에서 만난 건설업체 대표 B씨에게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한 달에 100만원씩 계좌이체를 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 부탁을 승낙해 약 4년 동안 매달 100만원씩 이 전 법원장에게 돈을 송금해 총 3,800만원 상당의 금액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혀있다. 이 전 법원장은 이 돈을 모두 차명계좌로 받았다.
B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86회에 걸쳐 방위사업청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공개 입찰 경쟁에 참여했다. 2016년에는 창고 신축공사를 낙찰받아 시행하기도 했다.
이 전 법원장은 지난 1995년 군 법무관으로 임관해 국군기무사령부 법무실장, 고등군사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지난해 1월엔 준장으로 승진해 육군본부 법무실장에 임명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군 최고 사법기관 수장인 고등군사법원장에 취임했다. 국방부는 검찰이 강제수사를 진행한 지난달 5일 이 전 법원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지난달 18일엔 아예 파면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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