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경영환경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이 큰 이른바 ‘혜자카드’의 운영기간을 확 줄이고 있다. 알짜 혜택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카드들이 출시된 후 단종까지 걸린 기간이 올해 들어 1년 남짓으로 이전보다 4분의1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법정 주기를 무시한 수수료 인하 정책이 되풀이되는데다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할 규제완화 속도는 더뎌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것밖에 대응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지난해 4월 출시된 ‘올바른포인트카드’의 신규 발급을 지난달 1일부터 중단했다. 이 카드는 적립한도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액의 0.7%를 NH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전월 실적, 가맹점 제휴 여부에 따라 최대 1.5%의 적립률을 제공했다. 출시 1개월여 만에 10만장이 발급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1년 7개월 만에 단종됐다.
매달 1만6,000~2만6,000원의 할인혜택으로 ‘통신요금 할인카드의 최강자’로 꼽혔던 ‘롯데카드 텔로 SKT’도 이날부터 신규·교체·갱신 발급이 일체 중단된다. 지난해 6월 중순 출시된 지 1년 6개월 만이다. 롯데카드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 등으로 카드를 더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역시 조건 없이 결제액의 1.5%를 적립해주는 신용카드 못지 않은 혜택으로 화제를 모았던 ‘페이코우리체크카드’를 출시 1년 4개월 만인 지난 10월31일부터 신규·교체·갱신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소비자 혜택이 높은 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인 만큼 혜자카드는 결국 단종이 불가피하다. 실제 카드 업계는 최근 수년간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자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발급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10여년간 13차례에 이르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의 부담이 누적되면서 인기 카드의 운영기간은 갈수록 급격하게 단축되고 있다. △하나 ‘크로스마일카드’(4년) △신한 ‘RPM 플래티넘#’(4년4개월) △신한 ‘레이디베스트’(4년9개월) △삼성 ‘더오’(5년10개월) △KB국민 ‘혜담카드’(4년) △롯데 ‘벡스’(6년) △SC제일은행 ‘리워드360체크카드’(2년4개월) 등 높은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다가 단종된 대표 카드 12종의 운영기간은 평균 4년3개월이었지만 올 들어 단종된 카드들의 운영기간은 1년 2개월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법정 개편 주기(3년)보다 훨씬 자주 이뤄지다 보니 카드를 설계한 시점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수익성 악화 요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 카드 소비자 혜택 축소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 축소나 레버리지 배율 상향 등 업계가 요구해온 규제완화 방안은 당국이 수용하지 않고 있는데다 자동차·통신사·항공사 등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도 카드사에 불리하게 진행되면서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악화를 보전할 방책이 마땅치 않다고 호소한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적자 카드는 아예 출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조율 중이어서 카드 소비자의 혜택은 더욱 급격하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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