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산업혁명 당시 기계화에 반발한 ‘러다이트 운동’이 나타났지만 산업화를 막을 수는 없었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노사정 모두 기술 발전에 따른 정보화·자동화와 인공지능(AI)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부정하지 못한다. 문제는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의 요구는 당연한 현상인데도 이를 조율해야 할 국회와 정부가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일자리를 다루는 정부부처와 위원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자동화·정보화에 따른 ‘노동의 미래’와 관련한 논의는 아직 헛돌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장기적 노동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자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를 출범해 지난 2월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일터혁신과 재교육 필요성에 대해 노사정이 공감하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내용의 낮은 단계에 그치고 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재교육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 비용에 관련한 민감한 논의로 들어가면 노사정 모두 이야기하기를 꺼린다”며 “심도 있는 논의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자리 변혁에 대한 논의에는 들어간 상황이다. 경사노위와 고용노동부 등을 중심으로 ‘사람 중심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자동화 속에서도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노사정 대표들은 6월 ‘사람 중심의 스마트공장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첫발을 뗐다. 문제는 제조업 공장 자동화 관련 논의에만 머물고 있을 뿐 도시철도공사 등과 같은 서비스업 자동화, 사무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자동화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위험과 저숙련 노동자 재교육의 어려움’ 보고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일자리의 최대 43.2%가 자동화에 따라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전체 직무의 70% 이상이 자동화로 대체될 고위험군의 비중은 10.4%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가 대안을 마련한다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화에 따라 기존 담당자를 정리해고하기보다 다른 직무를 맡도록 재교육 후 전환 배치하는 대신 신규 채용을 줄이는 식으로 이뤄지는 게 이상적”이라며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노조와 노동자를 통제하는 분위기로 가지 않고 노사 간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계를 다루는 노동자의 기술 숙련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동화 후 남은 노동자의 몫이 단순 공정에 그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면적인 무인화 방식이 아닌 인간과 자동화 기계 및 AI와의 협업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국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이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조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사노위는 자기 조직원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는 국회가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준호기자 변재현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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