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4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겨냥해 수출 규제에 나선다는 소식이 확산되자 국내 문구업체 모나미(005360)의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제트스트림 등 일본산 문구류를 대상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오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명분이 씌워졌다. ‘애국테마주’의 대표주자로 꼽힌 건 순식간이었다. 온라인몰 매출액이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실제 매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모나미가 올해 3·4분기 내놓은 실적은 딴판이었다. 2·4분기부터 시작된 영업적자는 더 심해졌다. 이 가운데 7~8월 자사주를 매각하며 “품질 향상에 쓰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 연구개발비는 2011년 이후 가장 낮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모나미는 자사주를 전액 매각하면서 “애국테마에 편승한 거냐”는 비난을 들었다.
◇日 불매운동에도 나빠진 수익성=25일 주식시장에서 모나미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1.61% 내린 3,730원에 장을 마감했다. 모나미는 지난해 9월28일 이후 계속 2,000원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일본 수출규제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7월부터 급등했다. 8월6일에는 장중 한때 8,950원을 기록하며 2012년 2월13일 9,090원에 거래된 후 최고가 기록을 바꿨다. 그러다 주식시장에서 ‘애국테마주’ 열풍이 식으면서 주가는 최고가 대비 58.3% 하락했다.
모나미는 올해 3·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5억6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비록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늘어난 315억4,900만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매출원가와 판매비와 관리비가 각각 11%와 7%씩 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모나미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의 투자비용 증가에 따른 상대적인 영업이익 축소를 핵심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부 전반적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본적인 수익구조가 악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3·4분기 컴퓨터소모품 부문 영업손실은 2억3,800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7,700만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문구류 부문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올 3·4분기 문구류 매출은 246억4,000만원을 나타내며 지난해보다 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800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92.6% 감소했다. 지난 분기(8,300만원)에 비해서도 저조한 실적이다.
특히 컴퓨터 소모품류를 중심으로 재고가 늘면서 매출원가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모나미의 올해 3·4분기 재고액은 총 376억4,8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22%나 늘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2.36회를 기록하며 지난해(2.87회)에 비해 낮아졌다. 지난 분기(2.36회)에 비해서도 저조하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매출화가 안되는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문구류 재고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분기에 비해 4.1% 줄어든 287억4,900만원을 기록했지만 컴퓨터소모품은 같은 기간 22.1% 증가한 88억9,500만원을 나타냈다. 컴퓨터 소모품류는 2010년에만 해도 모나미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하는 ‘효자 사업’이었다.
◇“자사주 팔아 제품 품질 높이겠다”했는데…=연구개발비를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면서 ‘자사주 매각’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자사주 매각 대금을 제품 품질 향상에 쓰겠다”고 밝혔던 것과는 다른 행보기 때문이다.
모나미는 7·8월 자사주를 각각 35만주씩 매각하며 현금 35억4,795만원을 확보했다. 현재 모나미의 자사주는 0주다. 소액주주들은 “애국테마주로 주가가 오르니 차익 실현에 나섰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모나미 관계자는 7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술 부분에도 많은 투자를 해 더 좋은 모나미 제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모나미의 올 3·4분기 투자활동에 대한 현금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7% 늘어난 60억7,969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3·4분기 연구개발비는 총 4억9,11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줄었다. 3·4분기 기준 모나미의 연구개발비가 5억원을 밑돈 것은 2011년 3억1,015만원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도 지난해 0.71%에서 0.69%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모나미 측은 “화장품 신사업 추진으로 인해 올해 3·4분기 화장품 설비운영 관련 투자가 많아 연구개발비가 소폭 축소된 부분이 있다”며 “자사주 처분으로 인한 현금 유입액은 설비자산 투자와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 등에 쓰였다”고 해명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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