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부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 연구’에서 소득주도성장 부분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소주성’이 제외되면서 공동 연구용역의 키워드를 담은 제목 역시 ‘혁신·포용성장 연구’로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한국 기획재정부와 중국 재무부는 지난해 3월부터 ‘소득주도 및 혁신성장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양국 정부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중국 재정과학연구원에 의뢰한 이번 작업은 다음 달 중순께 최종 보고서를 도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7년 12월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하면서 중국 측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데 뜻을 모았다.
당초 기재부와 KDI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인 ‘소주성’의 이론적 배경을 검토하고 정책 효과를 분석하고자 했다. 하지만 중국 재무부가 “우리 정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책”이라고 반대하면서 ‘소주성’ 대신 양국 정부가 모두 시행하는 소득분배 정책에 대한 사례·효과만 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최근 소득분배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지난 1990년대 초반에 시행된 정책들이 보고서에 주로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 부분이 빠진 만큼 최종 보고서는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제도 개편과 창업 활성화 등 ‘혁신 성장’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발표된 통계청의 ‘2019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를 놓고 문 대통령이 약 8개월 만에 공개적으로 ‘소주성’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관련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통계청 조사에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이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자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의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영업 소득 최대 감소,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 감소 등은 외면한 채 “보고 싶은 통계만 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이후 정부의 경제·노동 정책을 향한 우려를 의식한 듯 ‘소주성’이라는 용어 언급을 삼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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