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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WTO 한달 뒤 마비된다는데..韓 영향은





자유무역 체제의 보루인 세계무역기구(WTO)가 한 달 후면 마비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WTO가 무력화하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나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피해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WTO 역할 중 하나는 무역분쟁을 조정하는 일입니다.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에서 우선 사건을 다루고, 패소한 쪽이 이의를 제기하면 상소기구에서 최종 판정을 내립니다. 상소기구는 원래 7명의 위원을 두는데요. 현재는 신규 선임 절차가 지연되면서 3명만 남은 상태입니다.

문제는 상소기구 위원 3명 중 2명의 임기가 다음달 10일 만료된다는 점입니다. 상소심을 열려면 최소 3명 이상의 위원이 필요합니다. 이들 2명이 퇴임하면 상소심 자체가 불가하다는 얘기입니다. 각국이 신규 선임을 서둘러야 한다고 하지만 미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WTO의 의사결정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이뤄지는데다 창설을 주도한 미국이 반대하면 어떤 논의도 진전될 수 없습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자국 우선의 무역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자간 무역 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WTO를 통해 중국 등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그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왔죠. 특히 상소기구는 그간 미국의 무역 조치에 종종 제동을 걸었는데요. 화가 많이 쌓였나봅니다.





WTO가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 미국이 양자협상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무역제재 조치를 남발할 가능성이 적잖습니다. 미국이 비상식적인 보호무역조치를 꺼낸다면 상대국은 반발해 WTO에 제소할 테죠. 미국 입장에선 1심에서 패소하더라도 바로 상소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담당 재판부가 없는 만큼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 될 테니까요.

이미 WTO에 올라간 사안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게 ‘불리한 가용 정보(AFA·Adverse Facts Available)’ 관련 분쟁인데요. 미국은 조사 대상 기업이 조사에 비협조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상무부가 해당 기업에 불리한 추론으로 징벌적 관세를 매길 수 있는 AFA 조항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산 변압기와 철강 제품 등에 고율의 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AFA를 인용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AFA 활용이 과도하다며 WTO에 제소해둔 상태입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인데 우리가 승소하더라도 상소기구 부재로 최종 판결은 무기한 연기될 테죠. 이외 미국이 발동한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두고도 현재 1심에서 법리공방을 벌이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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