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 김모씨는 초등학생 시절 종로 대한극장에서 봤던 우뢰매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로보트와 실사의 결합으로 지금 보면 다소 어설프지만 1986년 개봉 당시 암표가 나돌 정도로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롯데마트의 완구 전문매장 토이저러스는 30~40대 추억의 국산 캐릭터인 우뢰매를 42cm 크기의 피규어로 자체 제작해 선보인다. 지난 2017년 출시해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태권브이 피규어의 신화를 우뢰매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체들은 피규어와 드론 등을 갖춘 키덜트 판매존을 매장에 별도 마련하는 한편 국산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개발까지 직접 나서며 1조원 규모로 커진 키덜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이저러스는 장난감 판매 하락이 눈에 띄던 지난 2017년부터 피규어와 프라모델, 드론 등 성인 소비층을 겨냥한 상품을 늘려왔다. 전국 43개 매장에 모두 피규어존을 설치했고 잠실, 은평, 양평, 구로 등 4개 점포에는 키덜트존을 따로 구성했다. 김경근 롯데마트 MD는 “2017년 만해도 키덜트 제품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15%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토이저러스가 키덜트족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자체 제작한 태권브이 피규어를 출시했을 때부터. 롯데마트는 키덜트 문화의 대표 아이템인 피규어로 승부를 보기 위해 업계의 고수를 한데 모았다. 그 결과 탄생한 드림팀은 ‘태권브이의 아버지’ 김청기 영화감독과 국내 피규어 도색의 최고로 꼽히는 이동한 작가, 태권브이 피규어 제작의 일인자 김경인 작가다. 이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태권브이는 총 2,500개 물량이 완판되며 1억5,000만원이라는 역대급 판매기록을 세웠다. 이후에 추가로 선보인 ‘더 태권브이’ 피규어도 500개가 완판됐고, 2018년 10월에 출시한 ‘합금 태권브이’ 피규어는 3,000개가 판매됐다.
3년 만에 다시 뭉친 고수들은 이번엔 42cm 크기의 뉴머신 우뢰매 피규어를 내놓는다. 애니컬러와 메탈릭컬러 두 가지 버전으로 총 2,000개 물량(각 14만8,000원)을 오는 13일부터 토이저러스 온라인몰에서 예약 판매한다. 사전 예약한 고객에게 한해 우뢰매 주인공인 에스퍼맨(심형래), 데일리(천은경)의 미니 피규어도 제공한다. 이동한 작가는 “그동안 국산 캐릭터 피규어는 일본이나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아왔다”며 “태권브이 피규어 양산 이후 마니아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즐기게 된 만큼 이번 우뢰매에 대한 반응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토이저러스는 앞으로 고가의 피규어부터 대중적인 상품까지 키덜트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최근에 판매한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캐릭터 프라모델(1만5,000원)은 이미 5,000개가 팔려나가면서 태권브이 판매 기록을 넘어섰다. 김 MD는 “키덜트 전문가들과 협업을 지속하면서 소수의 마니아층과 다수의 대중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기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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