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부터는 보석 연마 업계가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황금기’ 때 150여 업체가 활동하던 종로 일대도 이제는 100여곳으로 크게 줄었어요. 주 52시간 근로제와 환경 관련 규제까지 더해지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봉익동 궁옥공예사 매장에서 만난 김윤상(사진) 서울중부보석연마기술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귀금속 거리’의 현주소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합에는 국내외에서 가져온 보석 원석을 장인의 손길로 가다듬어 장신구를 비롯한 공예품을 만드는 보석 가공업체 대표나 직원 등 120여명이 속해있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 조합원들은 평균 20~30년 이상 이 업계에서 종사한 베테랑들이다.
보석 가공은 원석의 특성과 연마형태를 파악해 다양한 기구를 활용해 연마하고 광택을 내는 일. 기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완성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1차적으로 가공한 재료를 다시 만들고자 하는 금속공예품의 목적과 용도에 따라 세공업체 등이 가져가 시중에 판매되는 반지나 귀걸이, 목걸이 등으로 재탄생한다.
이 분야도 여느 제조업처럼 여러 난제를 떠안고 있다. △인력의 고령화 △질 대신 가격을 내세우는 중국산과의 경쟁 등으로 쉽지 않다. 김 이사장은 “근처 인사동이나 종로 귀금속 거리만 둘러봐도 관광객을 상대로 국산보다 30%나 저렴한 중국산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며 “조합에서는 출혈경쟁을 기술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새 연마기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대나 고등학교에서 관련 전공을 배우고 온 젊은이조차도 장비사용법 등 도제식으로 배워야만 하는 과정을 참지 못하고 이탈하는 사례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모순적인 환경 규제도 보석 가공업계의 발목을 붙잡는다. 김 이사장은 “내년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규모 업체로 주 52시간 근로제가 확대된다면 조합원들 경영 사정이 더욱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수년 전 불시에 봉익동 일대의 실태조사를 진행한 환경부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토로했다. 조합 소속 업체 가운데 무허가 건물을 사용하는 곳들은 법에 따라 폐수 수거업체에 연마 폐기물을 맡겼음에도 단지 무허가 건물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나 영업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동일한 폐수 수거 업체에 맡겼음에도 한 곳은 허가 건물에 있다는 이유로 넘어가고 다른 곳은 무허가 건물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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