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전통의 비스포크(비접착식 맞춤 수트) 브랜드 ‘장미라사’가 가격 문턱을 낮췄다. ‘나만의 옷’을 추구하는 개성 강한 젊은 남성 고객을 끌어모아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맞춤복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정통 비스포크 수트 브랜드 장미라사는 가격대를 절반으로 낮춘 세컨드 브랜드 ‘1956 장미’를 론칭했다고 17일 밝혔다. ‘1956’은 장미라사가 탄생한 해이자 Z세대인 19세부터 중장년층인 50대까지 모두 아우르는 젊은 브랜드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장미라사는 지난 1956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 산하의 한 수트 제작 부서로 출발했다. 장미라사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좋아했던 꽃이자 제일모직의 상징인 ‘장미’와 유럽 양복지를 뜻하는 ‘라사’를 합친 용어다. 장미라사는 영국 왕실의 에딘버러 필립공,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 이라크 수상 등 해외 주요 인사들의 수트까지 제작하며 국내 대표 프리미엄 맞춤복 전문점으로 성장했고 1988년 제일모직에서 독립했다.
1956 장미는 100% 수작업으로 제작되던 방식과 달리 수공과 기계의 조합으로 완성해 가격 접근성을 높인다. 기존 장미라사 라인이 300만~400만 원대였다면 1956 라인은 150~180만원으로 50% 가량 낮췄다. 1956 장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표 아이템은 이탈리안 스타일의 ‘뉴트로 수트’다. 이로써 클래식 수트를 데일리로 즐기려는 고객과 수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젊은 층이 장미라사 고유의 비스포크 방식이 담긴 독자적인 테일러링 테크닉과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장미라사는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세계 5대 원단회사인 영국의 럭셔리패브릭그룹으로부터 ‘새빌 로(Savile Row)’ 원단을 독점 공급받기로 했다. 럭셔리패브릭은 지난 1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1956 장미 론칭 파티에도 함께 했다. 단단한 직조의 새빌 로는 구김이 적고 내구성이 높다. 영화 ‘킹스맨’의 수트처럼 각진 영국 신사의 실루엣을 잘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미라사의 이번 신규 브랜드 론칭은 한정된 상류층 브랜드의 이미지에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옷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남성 정장 시장은 비즈니스 캐주얼 등 다양한 패션 트렌드에 따라 주춤한 상황이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트를 찾는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잠재적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 맞춤 정장 브랜드가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장미라사 대표는 “장미라사가 성공한 사람들의 옷이었다면 1956 장미는 성공을 마음에 품고 꿈을 이뤄가는 ‘우리들의 옷’”이라며 “사회 첫발을 내딛는 19세 청년들이 56세가 돼 장미라사 시그니처 수트를 입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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